러·우 전쟁 2년…국제곡물가 안정세나 ‘공급망 불안’ 곳곳 [위기의 식량④]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4.03.15 06:30 수정 2024.03.15 06:30

국제곡물가 안정세 접어들어

국제유가 불안…농가 부담↑

농산물 생산 안정성 제고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흘렀다. 러-우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와 공급망 교란은 농업·농촌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충격파가 상당했던 전쟁 초기와 비교하면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다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까지 더해지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공급망 불안’ 계속
지난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상공으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인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부터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됐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투는 계속됐다. ⓒ라파 AFP=연합뉴스

러-우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은 농가를 어렵게 만들었다. 원자재와 물류비, 유가 등이 급등하면서 농가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농가 판매 및 구입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에 대한 농가구입가격지수는 112.8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101.6), 2022년(107.2)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가 나타났다.


농작물을 재배는 난방이 중요한데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 전기 등을 에너지원으로 많이 사용하는 농가 부담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사료비와 영농자재비지수도 같은 기간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에 크게 상승한 뒤 지난해도 큰 폭으로 올랐다.


사료비 농가구입가격지수는 2022년 135.3에서 2023년 138.4로 상승했다. 영농자재비는 같은 기간 141.8에서 145.6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판매자재비 농가구입가격지수도 2022년 121.9에서 2023년 126.1로 상승했다.


비료비 농가구입가격지수는 2023년 194.7로 2022년(249.6)보다는 크게 떨어졌으나 전쟁 시작 전인 2021년(107.5)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안정세…사룟값 인하 기대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현재 국제 곡물 가격은 안정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 중 곡물가격지수는 지난 2022년 3월 170.1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113.8까지 떨어졌다.


러시아가 지난해 7월 흑해곡물협정 파기를 알린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은 불안정세가 나타났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에서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합의다.


하지만 러시아산 밀 수출 확대로 인해 가격이 내려갔고, 유럽산 등 다른 지역 밀 가격하락에도 영향을 줬다. 옥수수 가격도 내려갔는데 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대규모 수확이 예상되고 우크라이나에서 원활한 해상 운송을 활용하고자 가격 경쟁력을 높인 탓이다. 또 일부 국가에서 신곡 수확이 시작되고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대부분 수입 수요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적색 신호였던 사룟값이 하락세로 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곡물 수입단가는 식용의 경우 작년보다 14% 떨어지고 사료용은 1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사료용 옥수수 수입단가는 1t 기준으로 19.5% 하락한 253 달러로 내다봤다. 사료용 밀의 수입 단가는 1t당 278 달러로 1년 전보다 17.8%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밀 수입단가는 전년 대비 하락하나, 호주산은 작황 부진으로 전년 대비 수입량 감소와 단가 상승을 예상했다.

국제유가 4개월 만에 최고…농가 부담 커진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이 6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보다 ℓ당 3.7원 오른 1639.1원이었다. 경유 판매 가격은 2.9원 오른 ℓ당 1천540.1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국제유가는 러-우 전쟁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 감소와 러시아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13일(현지시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79.72 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16 달러(2.8%) 상승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가장 높은 마감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종가 대비 2.11 달러(2.6%) 오른 배럴당 84.03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6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낸 주간 보고서에서 상업용 원유 재고가 한 주 전보다 15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국제유가는 농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가 상승이 농업용 면세유와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면세유 가격 고공행진과 농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시설원예농가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7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높은 경영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농업인의 경영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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