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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밀크플레이션’…올해도 가격 기록적으로 오르나 [위기의 식량③]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4.03.14 06:30 수정 2024.03.14 06:30

우유 물가 상승률 14년만에 최고

상반기 배합사료 10% 하락 주목

저렴한 대체품 ‘멸균우유’ 찾는다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깊어진 고물가와 더불어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아이스크림과 발효유, 치즈 등 유제품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 물가는 118.13으로 1년 전보다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19.1%)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작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6%와 비교해도 2.8% 수준이다. 지난달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23.83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제품도 기록적인 물가 상승률이 나타났다. 지난해 발효유 물가 상승률은 12.5%로 1981년(18.4%)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치즈는 19.5%로 2008년(22.0%) 이후 15년 만의 최고였다.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도 10.8%로 2008년(14.4%)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유 가격 ‘고공행진’ 이유는 생산비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우유를 원료로 하는 각종 유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우유 관련 제품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낙농가 생산비 인상이 이유였다. 원유(原乳) 가격이 인상되자 유업체들도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유업계와 낙농계로 꾸려진 낙농진흥회는 지난해 10월 음용유용 원유 공급 가격을 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올린 바 있다.


당시 낙농진흥회는 “음용유용 원유 기본가격을 1084원, 가공유용 원유 기본가격을 887원으로 결정했다”며 “낙농가와 유업계가 생산비 상승과 흰 우유 소비감소 등의 어려움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우유 관련 제품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원유값이 오른 뒤 유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나란히 인상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10월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ℓ)’ 출고가를 대형 할인점 기준으로 3% 인상했다. 대형마트에서 해당 제품 가격은 2900원대로 올라 3000원 선에 근접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도 유제품값을 올리기도 했다.


소비자단체 등은 이 같은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빙과업체들이 원유값 인상을 이유로 과도하고 부당하게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체들은 생산비·원재료 가격 부담을 이유로 판매값을 줄줄이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유값 상승은 이를 원재료로 하는 빵·과자류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수준의 우유 값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월 발간한 ‘글로벌 곡물시장과 국내·외 사료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곡물 가격이 ‘공급 차질(Supply Disruption)’ 우려에서 탈피해 당분간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배합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향후 3~5개월 후 국내 배합사료 가격은 약 8~10% 추가 하락 여력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체유 ‘눈길’…멸균우유 수입 늘었다
서울 소재 대형마트에서 수입 멸균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들이 ‘대체유’로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한 약 3만7000t으로 조사됐다. 멸균우유는 초고온에서 가열 처리한 우유다. 상온에서도 두세 달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중 하나다.


멸균우유의 대다수는 폴란드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균우유 수입량의 88.8%를 폴란드가 차지하고 있고, 그 뒤로는 호주(4.1%), 독일(3.9%), 프랑스(2.2%) 순이다. 국내 원유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수입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농경연은 분석했다.


▲러·우 전쟁 2년…국제곡물가 안정세나 ‘공급망 불안’ 곳곳 [위기의 식량④]에서 계속됩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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