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니 조국' 되살아나나…이낙연, 출마도 뒤로 하고 임종석 만난 배경은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3.04 00:20
수정 2024.03.04 10:37
이낙연, 2일 '친문 핵심' 임종석과 회동…"거취 논의"
'임종석 역할 간절한' 이낙연, 출마회견도 취소하고 만남
비명계 '탈당 러시' 임박?…홍영표 탈당 가능성도 ↑
임종석, '문을 여니 조국' 복구 매개 여부에 촉각 집중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광주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까지 뒤로 미뤄가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임 전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의 공천 배제 후 새로운미래와 '민주연합', 조국혁신당 등으로 흩어져 있는 비(非)이재명 민주평화 희구 세력 사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공동대표는 전날 임 전 비서실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동대표와 임 전 비서실장은 회동에서 향후 거취 문제와 제3지대 재편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공동대표는 임 전 비서실장과의 접견을 위해 처음으로 지역구 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였던 광주 출마 기자회견도 잠정연기 했다.
당시 새로운미래는 "민주세력의 결집과 확장을 위해 사전에 긴급히 해야할 일이 생겼다"며 회견은 며칠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만큼 새로운미래 입장에서는 임 전 비서실장의 영입이 간절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미래의 희망대로 임 전 비서실장이 당에 합류한다면, 친문계를 중축으로 세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 전 비서실장과 함께 홍영표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공천에서 떨어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새로운미래로 향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탈당을 선언한 설훈 의원이 추진중인 '민주연합'(가칭)이 결성된 후 나중에 새로운미래와 합치는 시나리오도 떠오르고 있다. 무소속이 아닌 야권 제3지대 정당 소속으로 앞 순번 기호를 받아 각자 지역구에 출마하는 구상이 그려진다.
이낙연 대표의 출마 기자회견 연기가 단순한 '일개인 임종석의 입당 권유'가 아니라, '민주세력의 결집과 확장'이라는 명분으로 발표됐다는 점을 들어, 임 전 실장이 단순히 새로운미래에 개인 자격으로 입당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새로운미래 관계자들과 민주당 비(非)이재명계 인사들 사이의 접촉 과정에서 새로운미래와 가칭 '민주연합'에 이날 중앙당 창당을 한 조국혁신당까지 모두 다 합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낙연 신당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이낙연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에 조 전 장관이 'n분의 1'의 형태로 가담할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고, 대등한 지위에서의 '당대당 통합' 형식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새로운미래와 '민주연합'은 현역 국회의원 등 지역구 출마 후보군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고, 조국혁신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투표 의향을 설문했을 때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등 비례대표 투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 될 수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낙연 대표와 조국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 내각에서 각각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으로 함께 일을 한 적이 있고, 서울법대 선후배(이 대표는 70학번, 조 전 장관은 82학번)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관계에서의 접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서먹서먹한 두 사람을 연결시키기 위한 '촉매제'로 임종석 전 실장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임 전 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전남 영광 출신인 이 대표와는 같은 광주·전남 연고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민주당에서 정치를 같이 한지도 오래 됐다. 여기에 임 전 실장은 조 전 장관과는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었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다.
야권 관계자는 "오늘 조국혁신당이 중앙당 창당을 해서 조국 장관이 당대표로 선출된 만큼, 이제 현역 의원과 지역구 출마 후보군을 보유한 새로운미래, '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당대당 통합'을 논의할 테이블을 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재명 사당'을 제외한 모든 민주평화 희구 세력이 하나로 모이게 되면 문 전 대통령도 힘을 실어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야권의 판은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 전 비서실장과 홍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되더라도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 러시'와 야권의 전면적 재편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과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은 각각 텃밭에서 단수공천을 받아 본선에 직행하지 않았느냐"며 "이러한 점들이 비명계 반발을 그나마 누그러뜨린 측면이 있고, 또 실제로 새로운미래와 '민주연합', 조국혁신당이 모두 다 하나로 합치더라도 민주당에서 이미 공천을 받은 사람들까지 뛰쳐나갈 정도로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