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 선 스티븐 연·유태오, 한국인 전형성으로 이뤄낸 성과 [D:이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2.27 07:00 수정 2024.02.27 07:00

'패스트 라이브즈' 올해 오스카 주요 부문 후보

한국 배우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연기해 주목 받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고정된 프레임 속 기능적인 역할에 배치되던 아시안 배우들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성난 사람들'로 골든글로브와 프라임타임 에미상, 크리틱스초이스 등에 이어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티븐 연은 현재 많은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다섯 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일곱 개 시리즈로 제작된 좀비 드라마 '워킹데드'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에 출연, 칸 국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각인 시켰다. 2020년 '미나리'로는 한국계 배우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처음으로 올랐다. 이후 '성난 사람들'로 TV 시리즈를 대상으로 하는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


'성난 사람들'의 스티븐 연의 활약의 의미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에서 이민 2세대로 출연,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 이민자들의 정서와 사고, 문화 방식을 표현해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샀다는 점이다. 변두리 인물에 지나지 않았던 아시안 이민자를 무대 중심으로 가져오며 일명 'K-마크'를 전면에 드러냈다.


스티븐 연에 이어 '패스트 라이브즈'에 출연한 유태오도 각종 영화제 초청 및 시상식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태오는 제50회 겐트영화제 국제경쟁 특별언급상, 뉴 멕시코 비평가 협회상 남자배우상에 이어 한국 배우 최초로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다.


유태오의 경우 한국적인 정서를 더욱 깊게 담아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이야기로 동양에서만 존재하는 '인연'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해성 역의 유태오는 24년에 걸쳐 첫사랑을 마주하는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을 깊은 눈빛과 섬세한 열연으로 표현하며 해외 매체 및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에 지목돼 수상은 불발됐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린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를 비롯해, '솔트번'의 배리 키오건, '바튼 아카데미'의 폴 지아마티, '러스틴'의 콜먼 도밍고, '마에스트로'의 브래들리 쿠퍼로 대부분 아카데미 지명을 받은 바 있는 할리우드 명 배우들과 겨뤘다는 점에서 노미네이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는 한국인의 전형성이 전 세계에서 소구되고 있으며, 서사와 정서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을 보여준 성과이자 향후 더 많은 한국인의 이야기와 배우들이 세계적인 화면에서 소개될 것이란 예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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