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선 이상 현역 컷오프 '밑작업?'…중진 지역구 '전체 여론조사' 논란

고수정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02.01 05:30
수정 2024.02.01 05:30

'좋냐·싫냐' 단일 항목 등 조사 내용 논란

당내 "중진 공천배제 사전작업 의구심"

조사업체 편파성 두고 선관위 '고발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지역구 후보자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3선 이상 의원들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최근 지역구에 돌면서 민주당이 혼란을 겪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이례적인 여론조사라는 평가와 동시에 공천관리위원회가 중진 현역 공천배제를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부터 여론조사업체들이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 거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복수의 민주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3선 이상 중진 의원 지역구 전체에 여론조사를 돌렸다"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조사 문항의 내용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복수의 여론조사업체들은 중진 의원 지역구 주민들에 '현재 이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은 A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총선에서 해당 의원이 한 번 더 의원을 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 좋겠습니까'라는 단일 항목을 조사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주말에 여론조사 전화가 왔는데 질문 내용이 가관이더라"며 "누가 봐도 목적이 뚜렷한 질문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질문이 '현역 의원이 한번 더 하는 게 좋겠습니까'라는 식인데 들으면서도 기분이 나빴다. 그렇게 질문했을 때 '더 하는 게 좋겠다'고 답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라며 "유도 심문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비명계 중진 의원 일부 지역구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인사의 전략공천을 염두에 둔 듯한 여론조사도 실시돼 논란이 제기됐다.


이날 본지 취재 결과 민주당이 비명계 중진인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인천 부평을에서 민주당 후보 경쟁력을 확인하는 여론조사를 돌렸다.


이 지역에서만 4선을 한 홍 의원과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낸 같은 당 이동주(비례대표) 의원이 포함됐다. 특히 이 여론조사엔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유길종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대신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총선 4호 인재로 발탁된 박선원 전 차장의 전략공천을 염두에 두고 해당 지역 여론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해당 여론조사 업체는 민주연구원(민주당 싱크탱크)에서 의뢰한 곳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선원 전 차장은 분구가 예정된 인천 서구 지역 출마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여론조사에서 그를 포함해서 돌린 건 전략공천 밑작업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인접 지역인 경기도 부천을(설훈 민주당 의원·5선)에서는 여론조사 업체가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서진웅 예비후보에게 고발된 사건까지 있었다. 조사 업체가 지난 주말께 현역 중진 설 의원과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기표 예비후보 두 사람만 항목에 넣어 적합도 조사를 실시하면서다.


설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진 서 예비후보는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를 전날(30일)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서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특정후보 1인과 현역 지역구 의원만 들어간 건 특정후보와 조사기관 또는 의뢰한 언론사와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천 잡음' 관련 지적에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진 모르고, 갈등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결국 이 과정도 경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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