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분한 탈당…'제3지대' 주도권 다툼 속 김종인 역할은?
입력 2024.01.16 00:15
수정 2024.01.16 06:59
세 불리기 속…미래대연합 '설 연휴 전' 통합 제시
이준석 '속도조절론'에 세력간 주도권 다툼 불붙고
'김종인계' 최운열 전 의원 '이낙연 신당행' 선택해
金은 막후서 규합 위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
총선이 세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하려는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분분히 탈당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민주당 혁신계 탈당그룹이 주도하는 '미래대연합'을 택하는 야권 인사들이 늘어나면서 신당들은 몸집 불리기부터 주력하는 중이다.
기존 정당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제3지대 통합의 1차 시한으로는 내달 설 연휴 전이 공개 거론되고 있다. 각자 세를 불린 뒤 단일정당으로 합치는 계획을 구상 중인 신당들이 언제쯤 '빅텐트'를 구축할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가 파급력을 가지기 위해선 거대 양당의 전직 대표 간, 이른바 '낙준(이낙연~이준석)연대'가 성공하는 것을 열쇠로 보고 있다. 같은 민주당이 뿌리인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의 경우 연대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어 '낙준연대'까지 성사되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중도·무당층들을 결집시키고, 총선 판을 뒤흔들 빅텐트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담겨 있다.
지난 11일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이후 민주당에서는 거대 양당 독점의 폐해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는 연쇄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신경민·최운열 전 의원과 민주당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배제된 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탈당, '새로운미래' 합류를 선언했다. 최성 전 고양시장과 장덕천 전 부천시장, 이근규 전 제천시장이 뒤를 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게이트' 의혹을 최초로 제보했던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도 같은 날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 합류를 선언했다.
정의당에서는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이 승인된 것에 대한 반발로 연쇄 탈당이 이어졌다. 금태섭 전 의원 주도 '새로운선택' 창당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당적 논란'을 빚었던 류호정 의원은 탈당을 유보하던 끝에 이날 탈당의사를 공식화했다.
또 같은 날 박원석 전 의원 등 정의당 출신 인사들이 참여한 '대안정치행동'도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대연합'에 합류하기로 했다. 박 전 의원은 최근 출범한 '미래대연합' 공동추진위원장이자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다. 박 전 의원을 비롯한 '대안신당 공동제안자(박원석·권태홍·배복주·박웅두·이헌석·장상화·양범진·조윤민·오현주)'는 "정의당을 떠나 함께 사는 미래로 가는 대안정당의 길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재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의 개혁신당 △민주당 탈당 혁신계의 미래대연합 △금태섭 전 의원 주도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 5개 신당이 가시화한 가운데, 미래대연합은 이날 첫 번째 창당준비위원회 확대운영회의를 열어 제3지대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미래대연합은 다음달 4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이번 주에는 영남 지역에서 시·도당을 창당한다. 또 제3지대 통합 문제에 대해선 이번 주 중 신당 간 비전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비전대화는 이낙연·이준석 신당뿐 아니라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까지 포함해 3자 혹은 5자 형태로 다양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들 다섯 개 정당의 설 전 '대통합' 시간표는 '설 연휴가 빠르다'는 이준석 위원장의 속도조절론에 물음표가 달리게 됐다. 이 위원장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설 전 제3지대 통합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미래대연합'의 목소리에 "솔직히 빠르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이 통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기싸움'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이 위원장은 또 "우린(개혁신당) 이달 20일경 창당 절차를 완료하는데 창당 자체가 합당용 창당 같이 된다"며 "모양새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도 선명한 보수정당 지향이냐, 빅텐트 지향이냐를 놓고 갈등이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기는 빅텐트는 누구랑 (하느냐) 보다 어떻게, 왜 합치냐가 중요하다. 서두른다고 될 게 아니다"고도 발언했다.
신당 세력 간 신경전이 감지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 신당의 막후 조정자'란 수식어를 받아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새로운미래에 합류 선언을 한 최운열 전 의원은 김 전 비대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가는 흐름이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드는데 효과적이라 생각하고, 빅텐트 구축에 있어선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최운열 전 의원과 수시로 만나 교감을 나누는 사이이고, 이낙연 전 대표와도 평소 같은 건물 다른 층에 머물러 종종 조우할 기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은 이준석 위원장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는 등 '낙준연대'를 성사시킬 막후로서 신당 주체 간 조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은 양당의 실망하는 국민들을 위해서 제3의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제일 먼저 주장했다"며 "이준석 위원장이 유일하게 존경하며 말을 따르는 분이 김 전 위원장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의 특정 신당 합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본인이 그리는 한국의 정치 선진화 모형을 한 번 그려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특정 정당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고 그런 생각은 없으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는 16일 오후 새로운미래 창당발기인대회를 연다. 이 전 대표는 창당발기인대회를 하루 앞두고 전북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 밤(15일) 12시까지 발기인을 모집하는데 어젯밤 기준 2만명을 넘어섰다. 정당법상 200명을 넘어야 하는데 100배가 넘는 숫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