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제3의 둔촌주공 나올까”…공사비 인상 둘러싼 갈등 확산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4.01.04 05:02
수정 2024.01.04 05:02

현대건설, 공사비 미지급에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 중단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반대로 공사비 증액안 부결

“공사 포기·중단 현장 속출할 수도…주택 공급 축소로 이어져”

건설업계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비사업을 두고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건설업계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비사업을 두고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인건비 등 상승으로 공사비 분쟁이 격화되면서 제2, 제3의 둔촌주공 아파트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공사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고 현대건설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2년 10월 공사에 착수했으나 조합장 직무정지 등 조합이 내분을 겪으면서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워졌다.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공사비 약 1800억원을 받지 못했으며 지난해 5월 관리처분인가와 8월 일반분양을 진행하려던 계획도 집행부 공백 등으로 차질을 빚어 현재 분양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공사비가 불어나고 입주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의 경우 2022년 4월부터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비가 1조원 이상 늘었고 입주 시기는 약 2년이나 지연됐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도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6일 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총 공사비를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인상하기 위한 ‘공사계약 변경 약정서(2차)’ 안건을 상정됐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의뢰 금액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였으나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반대로 부결됐다.


앞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8월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시공사는 현장에서 신라시대와 백제시대 문화제가 발굴되면서 공사를 제때 수행하지 못한데다가 인건비,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공사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올해에는 공사비 이슈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계획이 밀리는 현장들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금리, 물가 인상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 한파가 이어지면서 사업성 악화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보수적인 판단하에 사업성이 뚜렷한 곳을 제외하고는 수주에 적극적으로 임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을 수주해서 손해를 보느니 발을 빼는 게 낫지 않겠나”며 “시공사가 구해진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에서도 공사비를 두고 갈등이 생겨서 사업이 멈추는 곳들도 나타날 수 있는데 결국 주택 공급이 축소되는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이고 자재에 대한 가격과 수급에 대한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어 공사비 관련 마찰은 계속될 것”이라며 “시공사도 경우에 따라 공사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곳들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중단되면 그 동안에도 자재값이나 인건비가 상승할 수 있고 당초 예상했던 공사비보다도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결국 분양과 준공이 늦어지고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에서 5년간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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