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4개 남았다'…軍, 北 보란듯 정찰위성 발사 성공
입력 2023.12.03 05:00
수정 2023.12.03 05:00
궤도 정상진입…지상 교신 성공
"적 압도하는 국방태세 초석"
내후년까지 위성 4기 추가 확보
우리 군 최초의 군사정찰위성이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지상국과의 교신까지 연이어 성공하며 순항하고 있다.
북한이 자의적 판단에 따른 핵공격 의지를 거듭 피력하는 가운데 우리 군이 관련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대하며 억지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2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이날 오전 3시 19분경(현지시각 1일 오전 10시 19분경) 우리 군 최초 정찰위성이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정찰위성 1호기는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컨9' 엔진을 활용해 발사됐다.
국방부와 스페이스X에 따르면, 팰컨9 발사 2분 22초 뒤, 1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떨어져 나갔다. 이어 약 20초 뒤, 페어링(위성보호덮개)도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발사 14분 후인 3시 33분에는 2단 추진체에서 분리된 정찰위성 1호기가 목표로 설정했던 우주궤도에 정상 진입했다.
궤도에 안착한 정찰위성 1호기는 오전 4시 37분께 해외 지상국과 처음으로 교신에 성공했다.
마지막 과정인 국내 지상국과의 교신은 발사 6시간 28분 만인 9시 47분경에 이뤄졌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위성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했다"며 "궤도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찰위성 1호기는 실제 운용환경인 우주 환경에서 우주궤도시험과 군 주관으로 시행하는 운용시험평가 등을 거쳐 본격적인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크하고 영상 초점을 맞추는 보정작업이 있다"며 "전력화까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6개월이 걸릴 것이다. 내년 전반기 내에는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을 압도하는 국방태세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군은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했다"며 "군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전력으로 킬체인(Kill Chain)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의 독자 역량인 '3축 체계'는 한미동맹 차원의 확장억제와 함께 대북 억지력의 '양대 기둥'으로 꼽힌다. 3축 체계는 북한의 명확한 공격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찰위성은 북한군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만큼, 향후 3축 체계 강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 군은 '425사업'에 따라 내후년까지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 탑재 위성 1기와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 등 고해상도 중대형 군사위성 5기를 확보할 예정이다. 정찰위성 5기를 모두 확보할 경우, 특정 지점을 2시간 단위로 감시정찰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이번에 쏘아올린 정찰위성 1호기는 EO·IR 장비를 탑재했으며 고도 400∼600㎞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다. 해상도는 0.3m급으로 전해졌다.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위성보다 월등한 성능을 갖춘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상도와 EO·IR 동시 운영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정찰위성의 성능은 (향후) 세계 5위 이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오는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4기의 정찰위성을 더 발사할 예정이다. 다만 1호기와 달리 2∼5호기는 SAR를 탑재한다.
SAR 탑재 위성은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든다. 날씨와 무관하게 북한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1호기(EO·IR 위성)의 경우 SAR 위성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구름 등 날씨 영향에 따라 감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신속한 징후 감시 및 조기경보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도 진행 중"이라며 "정찰위성과 초소형위성체계의 상호보완적 운용으로 독자 감시정찰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해 북한과의 (정찰위성) 경쟁 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위성 다각 배치'를 공언하며 추가 발사를 예고한 만큼, 우리 군도 관련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리 군 정찰위성 2~5호기는 모두 팰컨9을 활용해 발사될 전망이다. 재활용이 가능해 발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성공률까지 높다는 게 군 당국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저궤도 위성을 올리는 데 필요한 평균 비용은 고도 1㎞당 2만달러(약 2600만원)"라며 "팰컨9은 5000달러(약 650만원)다. 발사 성공률도 99.2%로 현존하는 발사체 중 신뢰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