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장 우주발사체'서 '위성'으로…정부, 명칭 바꾼 배경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3.11.20 14:41
수정 2023.11.20 15:02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군사합의 목적에도 반해"

지난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의 딸이 위성체 추정 물체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는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기존 표현 대신 '위성'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하며 발사 중단을 경고했다.


북한 위성 개발의 불법성을 강조해 오던 기존 방침에 더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위한 '명분 축적'까지 꾀하는 모양새다.


군 관계자는 20일 북한 위성을 지칭하는 방식이 변경된 것과 관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미사일(위성) 발사가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고, 군사합의 취지·목적에도 반한다"며 "우리 국민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 용어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북측이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해 왔고, 지난번 1~2차 발사 시 인양 부품을 정밀 분석한 결과, 군사정찰위성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평가했다"고도 했다.


위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실상 발사 체계가 동일한 만큼,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성 발사를 도발로 간주하고 제재를 가해왔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금지된 만큼,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된 위성 발사도 용인할 수 없다는 취지다.


우리 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북한 위성 개발의 불법성을 부각하기 위해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 기술 자문 등으로 3차 발사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존 표현 대신 위성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정부가 북한의 3번째 위성 도발 시, 공중 정찰자산 운용 재개 등 '군사합의 핀셋 효력정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관련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자의적 판단에 따른 핵공격을 통해 '남한을 점령하겠다'고 밝힌 북한이 위성 발사로 확보한 감시정찰 역량을 토대로 위협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의 핵공격 움직임을 신속히 파악해 원점 타격 등에 나설 수 있도록 군사합의로 제약이 가해진 감시정찰 능력의 '족쇄'를 풀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강호필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발표한 북한 위성 관련 '대북 경고성명'에서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의 장사정포 사격을 비롯한 각종 전술적 도발 징후들을 식별하기 위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 자산 운용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북한의 위성 발사는 ICBM 성능 향상을 포함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조치의 일환"이라며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고도 했다.


특히 "북한 위성은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군사합의에 따라 우리 군의 접적지역 정보감시 활동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는 것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크게 저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강 본부장은 "(북한이) 현재 준비 중인 위성 발사의 즉각 중단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만약 북한이 우리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위성 도발 시 군사합의 효력정지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군사합의로 인해 군사적 제한 사항이 있다는 것은 수 차례 말씀드렸다"면서도 "(군사합의) 효력정지나 파기는 정부 검토 후 진행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군사합의 효력정지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정부 부처 간 의견 조율 및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효력정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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