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1번지 경남…왕좌 노리는 ‘누리 삼형제’의 질풍가도 [新농사직썰-월령가⑮]
입력 2023.11.16 06:00
수정 2023.11.17 13:37
단감 80%가 일본 품종인 ‘부유’
왕누리・단누리 대체로 안정적 소득 실현
부유보다 출하시기 더 빠른 ‘올누리’도 주목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가을 과일을 떠올리면 단연 ‘감’을 꼽는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리면 비로소 가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감은 우리나라에서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여러 감 중에서 단감은 그동안 하나의 품종이 절대적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이 단감의 품종은 ‘부유’다. 지난 100여년간 왕좌를 지켜온 절대강자다. 이런 부유에 우리 품종인 ‘누리 삼형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려 16년 연구 끝에 탄생한 누리 품종은 단감 생산 1번지인 경상남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단감은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좋은 식감과 당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감이 나오는 11월 초중반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단감 생산국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연간 10만t 가량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수출 중이다.
단감 주산지는 단연 경상남도다. 김해시와 창원시, 밀양시의 ‘삼각벨트’가 단감의 최적 생산지다. 이 지역은 주남저수지와 낙동강 줄기가 이어져 연중 서늘한 기온이 유지된다. 우리나라 단감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단감 요충지인 셈이다.
그러나 단감 인기에도 불구하고 농가는 걱정이 크다. 단감의 절대강자인 부유 품종의 노후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상기후도 단감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신품종 개발에 뛰어들었다. 무려 16년 동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경남 지역에 맞는 신품종 ‘누리’를 개발한 것이다.
김은경 경남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 연구사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단감의 80%가 일본 품종인 부유다. 이 부유가 재배 된 지 100년이 넘으면서 과실이 적어지는 등 노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누리 품종은 이런 부유의 생산량 저하를 회복하고 우리 기후와 환경에 맞게 연구된 품종이다.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한 품종인 만큼 향후 경남 지역 단감 농가에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감연구소, 우리 품종 연구만 16년…드디어 결실 맺다
하나의 품종을 개발하는데 걸린 시간이 16년이다. 경남 김해시에 터를 잡은 단감연구소가 설립된 것이 1994년이니거의 단감연구소의 절반을 누리 품종 연구에 매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경남은 누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단감연구소에서 내놓은 누리 품종은 시기별로 구분한다. 조생종 ‘올누리’를 필두로 중생종 ‘단누리’와 만생종 ‘왕누리’가 주축이다. 여기에 단감은 아니지만 감말랭이용 ‘감누리’까지 누리 품종의 활약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만생종으로 분류된 부유를 제외하고 조생종과 중생종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기존 조생종에는 서촌조생, 조추 등이 있었는데 만생종인 부유보다 당도가 낮고 품질이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졌다.
또 10월 중하순에 수확되는 중생종은 차랑, 송본조생, 상서조생 등이 있는데 이 역시 10월 하순 출하되는 부유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맏형 ‘올누리’는 수확이 빠르고 크고 당도가 높다. 추석 선물용 단감으로 안성맞춤이다. 기존 일본산 중생종 품종인 상서조생을 능가하는 품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올누리는 성숙이 빨라 9월 24일경 완숙되는 조생종이다. 과실이 크고(280g) 고당도에(17브릭스), 씨가 2개미만으로 먹기에 편한 특성을 갖췄다.
기존에 추석 때 유통되던 단감은 일본산 서촌조생이나 상서조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품종은 품질이 떨어지고 제대로 성숙되지 않아, 선물용으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김 연구사는 “올누리는 온누리에 널리 퍼질 조생종 고품질 단감이라는 의미로 지었다”며 “지난 2006년부터 육성을 시작해서 지난해 4월 품종보호등록을 마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도가 높고 씨가 적어 먹기 편한 올누리는 최근 과일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품종”이라며 “추석 시기에 수확이 가능해 과거 만생종 편중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던 단감 농업인의 농작업 효율 향상과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내 단감 산업이 일본 품종의 예속에서 벗어나 독립적 종자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째인 중생종 ‘단누리’는 10월 12월이 숙기다. 올누리와 왕누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책임진다. 당도가 무려 18.4브릭스로 상당히 높다. 감에서는 ‘태추’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태추는 상당히 크고 당도가 높아 인기가 있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감 매니아들 사이에서 쟁탈전이 치열하다.
단누리는 이런 태추에 야무지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조생종과 만생종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있지만, 단감의 명성을 이어가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막내인 ‘왕누리’는 최강자인 부유와 경합을 벌인다. 왕누리는 젊고 싱싱한 단감을 모토로 한다. 노쇠한 부유를 밀어내고 새로운 왕좌에 오를 유일한 후보다. 경남의 80%를 차지하는 부유는 일시 출하에 따른 가격하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왕누리는 이런 틈을 파고 들었다. 과실이 부유 대비 1.5배가 크다. 중량도 평균 370g으로 둘째인 단누리(320g)를 훨씬 상회한다. 왕누리의 강점은 바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단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품종인 셈이다.
김 연구사는 “만생종인 부유의 경우 10월 21일 이후에 완숙돼 수확이 가능한 품종이다. 이 때문에 점점 온난화로 따뜻해진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부유를 비롯한 대부분 단감 품종은 일본에서 도입됐다. 이제 품종 독립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5대 과일 단감…비타민과 무기질 가득
예로부터 단감은 귀한 과일이었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고 달달한 과즙이 많다. 수확해서 그대로 먹으면 가장 좋다. 특히 태추는 과피까지 부드러워 껍질째 먹을 수 있다.
단감은 사과・배와 함께 우리나라 5대 과일로 꼽힌다. 풍부한 영양소로 현대인에게 필수 과일 중 하나다. 단감에는 피곤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비타민A・C와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감기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환절기나 추운 겨울에 먹어주면 좋다. 단감의 경우 한 개(200g 기준)를 먹으면 비타민A 하루 필요량의 3분의 2를 섭취하는 것과 같다.
비타민C는 면역력 증진, 빈혈 및 식욕부진 방지 등에 좋다. 단감(생과) 100g에 50mg 이상이 함유돼 있어 하루에 감 한 개면 비타민C 1일 권장량(100mg・성인)이 충족된다. 또 베타카로틴은 자외선으로부터 눈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
단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떫은맛을 내는 수용성 타닌이 수분을 흡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감에는 수확기에 타닌이 거의 없다. 또 깎을 때 가장 안쪽 심지에 흰 부분을 제거하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게와 함께 먹으면 식중독 위험이 있다. 체내의 철분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서 빈혈과 저혈압인 사람은 과잉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
집에 보관하는 단감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과육이 쉽게 물러진다. 1~5℃ 저온에서 지퍼백으로 밀봉해 두면 무르지 않게 오래 보관해두고 먹을 수 있다.
▲11월 30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⑯]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