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재정비에 한미 모두 '흐뭇'
입력 2023.11.15 05:00
수정 2023.11.15 08:05
韓, '北위협 공동대응' 재확인
美, 中 '우회 견제' 협력체 추가
6·25전쟁을 계기로 출범한 유엔군사령부가 70여 년 만에 재정비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유엔사 주둔국인 한국은 대북 억지력 강화를, 실질적 유엔사 총괄국인 미국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또 하나의 '소다자 협력체'를 확보하게 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은 14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1회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진행했다.
6·25전쟁을 계기로 도입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유엔사가 꾸려진 지 70여 년 만에 관련국들이 한자리에 다시 모여 공조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현재 유엔사 회원국은 6·25전쟁 당시 전투병을 파병한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4개국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등 3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회의에는 17개국 국방장관 및 대표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에 주력해 온 한국 입장에선 '유엔사 공동대응 재확인'이 큰 성과로 꼽힌다.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과 더불어 국제사회 차원의 '안전망'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회의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유엔사 회원국들이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전투 병력을 한국에 보냈던 국가들이 지난 1953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 유사 상황 재발 시, 다시 참전하겠다'고 결의한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70년 전 워싱턴 선언 내용을 언급하며 "모든 회원국이 그런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번 회의 환영사에서 "북한이 또다시 불법 남침을 한다면 이는 유엔 회원국이 유엔사를 공격하는 자기모순"이라며 "유엔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응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사활을 건 미국 입장에서도 유엔사 재정비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미국이 '통합 억지' 구상에 기초해 아시아와 유럽에 산재한 동맹 및 우방국 간 공조 강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유엔사가 주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한미의 유엔사 회원국 확대 방침에 따라 6·25전쟁에 관여했던 독일 등이 회원국 명단에 추가될 경우, 미국의 아시아·유럽 동맹 간 결속력 강화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한·유엔사 공동성명에는 "현재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유엔사 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해 상호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번 한·유엔사 회의에서 '유엔 정신'이 강조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 장관은 이번 회의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거부하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국가 또는 집단에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오늘 회원국 중에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각 나라가 처한 안보환경에 따라 이야기한 것도 있다"며 "관통하는 것이 유엔의 정신이다. 국제적 규범과 규칙 기반 국제질서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유엔사를 논하는 상황에서 유엔의 정신을 침해하는 것들에 대한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견제 포석으로 유엔사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최근 국제사회가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로 나뉘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간접적으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여하는 포석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