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도 예산 45조7000억…13년만에 축소 "약자와의 동행은 강화"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3.11.01 10:44 수정 2023.11.01 10:44

세수감소 속 긴축재정 기조, 중복사업 구조조정해 예산 확보

'약자와의 동행'에 13조5000억원 투입…생계·돌봄에만 7조9000억원

오세훈 " 적극적인 민간투자 유치 등 창의적 방법 동원할 것"

2024년 서울시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연합뉴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45조7230억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인 47조1905억원보다 1조4675억원(3.1%) 감소한 액수다. 서울시 예산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그럼에도 양극화 해소와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을 위한 '약자와의 동행' 예산은 13조2100억원에서 13조5125억원으로 3025억원(2.3%) 늘려 시민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시는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했다. 오 시장은 "내년도 예산은 "약자와의 동행·안전한 서울· 매력적인 서울 등 서울이 시정 비전인 '동행·매력특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집중했다"며 "단단한 계층이동 사다리를 놓고 사회 안전과 통합을 끌어낼 약자와의 동행 사업에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안전도시 구현', 도시 공간·관광 혁신을 통한 '매력 서울'을 만드는 데도 방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제공

예산안 상세 내용을 보면 중복 계상된 회계 간 전출입금을 제외한 순계예산 규모는 41조2125억원으로 올해보다 3705억원(0.9%) 줄었다. 법정의무경비를 제외한 실 집행예산은 28조9030억원이다.


예산이 줄어든 주 원인은 세입 감소다. 세입 예산은 시세의 경우 기업 실적 둔화와 집값 하락으로 올해 대비 6465억원 줄어든 24조2천353억원으로 추계됐다. 이 영향으로 시정 8대 분야 중 사회복지, 문화관광, 일반행정을 제외한 5개 분야의 예산이 줄어 올해 대비 1777억원 감소(0.7%)한 25조6912억원이 편성됐다.


전반적인 세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는 복지 예산은 늘렸다. 내년도 사회복지 예산은 기준중위소득 증가에 따른 복지급여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으로 4025억원(2.5%) 늘었다. 전년 대비 증액 규모가 가장 큰 분야다.


코로나19 종식으로 문화 향유 기회가 확대되면서 문화관광은 244억원(2.9%)이,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등으로 인해 일반행정은 203억원(2.0%)이 증가했다.


가장 크게 예산이 줄어든 분야는 도로교통이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른 수입 상승을 고려해 재정 지원이 축소됐고 별내·진접·동북선 철도건설 사업 공정을 고려한 실소요액 반영, 운수업계 유가보조금 감소 등으로 3088억원(11.8%) 줄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자 지방채는 2024년 상환예정액인 1조6908억원과 동일한 규모로 발행해 총채무가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낭비적 지출을 조정하고 집행 효율을 극대화해 약 1조9천330억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제공

내년도 예산은 '약자·안전·매력' 3대 중점 분야의 13대 핵심과제에 집중적으로 들어간다. 오 시장이 시정 목표로 강조한 '약자와의 동행'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13조5125억원을 투입한다. 사각지대 없는 복지체계를 마련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취약계층을 돕는 주요 4대 분야(생계, 주거, 의료·건강, 교육·여가)의 지원을 이어가고, 이상동기 범죄 등으로 인한 불안을 덜고자 범죄 예방과 대응력 강화에 주력한다.


시는 범지구적 과제로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재난으로부터 회복력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2조1376억원의 '안전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8월 일어난 '서울 대폭우' 사건을 계기로 내년 착공하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3개소)에 1049억원을 투입하고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해 침수취약지역 방재력을 높인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내년 1월 첫선을 보이는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에도 401억원이 편성됐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으로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물론 공공자전거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도시공간 혁신을 비롯해 미래 먹거리인 창조산업 육성, 관광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고 매력을 높이는 데 1조272억원을 투자한다.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창동상계 동서 간 연결교량 등 창동 일대 개발(253억원)과 전통시장 디자인 건축혁신(14억원)으로 노후 공간을 탈바꿈하고, 시내 어디서나 녹지를 누릴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숲(15억원)·서울광장 숲(27억원)을 조성한다.


서울항 조성, 리버버스 신규 도입 등 '한강르네상스 2.0'을 통한 도시 인프라 개선 사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 시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서울의 미래를 위한 약자와의 동행, 시민이 안심하는 안전한 서울, 창의와 혁신의 매력적인 서울에 재정 수요를 골고루 배정했다"며 "어떠한 상황에도 시민과 약속한 약자와의 동행 사업을 굳건히 이어 나가고 안전하고 매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예산이 삭감된 분야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등 창의적인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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