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위험 이·팔 전쟁…관건은 ‘이란 참전’ 여부 [격동의 세계 경제②]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10.19 07:00
수정 2023.10.19 07:00

이스라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초읽기’

이란 참전 가능성 커지면서 국제유가 불안

전쟁판 커지면 세계 경제 성장 1%p 하락

원자재 수입 의존 큰 한국 경제 더 충격

1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라파 난민캠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 생존자를 찾고 있다.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예상 불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란 참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전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팔 전쟁은 세계 경제 상황을 혼돈으로 몰아간다. 예측 불가능으로 대비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 이목은 ‘이란’에 집중하고 있다. 이란 참전 여부는 세계 경제 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어서다.


현재 분위기는 참전 쪽으로 기운다.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했다.


하메네이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범죄가 계속된다면 무슬림과 그 저항 세력들은 더는 참지 않을 것이고 이는 아무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아무도 이란과 같은 특정 세력이 저항 세력의 행동을 막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대응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대응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이란은 그동안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물밑에서 지원해 왔다. 최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공격한 것도 이란, 하마스와의 관계를 떠올리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이란이 이번 전쟁에 끼어들면 세계 경제에는 엄청난 재앙이 된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GDP)이 1%p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최근 이·팔 전쟁 양상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이번 전쟁을 가자지구 내 제한적 전쟁에 그치거나, 레바논·시리아 등이 헤즈볼라를 앞세워 이란 대신 참전하는 상황,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전쟁하는 쪽으로 전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란이 참전할 경우 국제유가가 현재보다 배럴당 64달러 이상 올라 1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이 세계 원유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경우 사실상 ‘오일쇼크’ 사태가 발생한다.


오일쇼크는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에 놓인 유럽연합(EU)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 최근에야 진정 국면인 세계적 인플레이션 상황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 수입 원유 73% 중동산…확전 여부 중요


보고서는 원유 가격이 크게 올라 내년 세계 물가상승률은 6.7%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종전 기준인 5.5%보다 1.2%p 오른 수치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1.0%p 하락을 예상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국이 아니지만, 이란은 다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참전하면서 원유 생산을 감산할 경우 국제유가는 10% 이상 뛸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경제도 이미 불안 조짐이 보인다. 특히 정유업계는 이란 참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70% 이상이 중동산이라는 사실만 봐도 정유업계의 위기감을 알 수 있다.


18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수입한 원유 6억6000만 배럴 가운데 중동산 원유는 4억8000만 배럴이다. 수입 원유의 72.4%가 중동산이다. 이는 지난 2018년 1~8월 기록한 74.9% 이후 최고치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만약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주요 원유 수송로)에 관여를 한다면 원유, 천연가스 모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우리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가격 변동 여부는) 앞으로 확전 여부에 따라서 그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팔 전쟁이 당장 국내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것을 우려한다. 원자재 수입이 많은 국내 경제 특성상 원윳값 상승만으로도 수출입 물가에 큰 폭의 변화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며 세계 경제의 고물가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등락하는 등 세계 경제 고물가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됐다”며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가격 인상이 없도록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러·우 전쟁 피로감 호소하는 유럽, ‘초대형 리스크’ 탄생하나 [격동의 세계 경제③]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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