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첫 장편 '너와 나', '현실과 꿈' '사랑과 죽음' 그 사이에서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10.10 17:56 수정 2023.10.10 17:57

10월 23일 개봉

배우 조현철이 박혜수의 학교 폭력(학폭) 리스크를 안고 있는 첫 장편 연출작 '너와 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조현철 감독, 배우 박혜수, 김시은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너와 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배우 조현철의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돼 첫 선을 보였다.


조현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시절 선보인 단편 연출작들을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부스럭', '대문아' 등 틈틈이 단편 영화를 선보여왔다.


조현철은 "원래 대학 시절 전공이 연출이라 연기하면서도 글을 쓰려 노력해왔다. 개인적인 일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 끝에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며 "7년간 열심히 노력해서 영화를 찍었다. 세상에 공개할 날이 다가오니 많이 감격스럽고 떨린다"라고 첫 장편 데뷔작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시나리오 쓸 때부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의 느낌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플래시백, 꿈과 현실, 이런 경계를 조금 흐릿하게 흩트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나오는 플래시백은, 플래시백이 아니고, 꿈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꿈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연출하고 편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충은 없었냐는 질문에 "제가 연출할 때 수많은 좋은 사람을 만났기에 좋은 현장이 될 수 있었다. 따뜻했고 사랑이 넘쳤다. 연출하며 특별히 힘든 점이 없었다. 시나리오에서 제가 의도한 것 이상을 보여줬기에 그런 염려도 첫 촬영 때 사라졌다"라고 답했다.


주연으로 박혜수, 김시은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는 "혜수와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만났는데 당시 서로가 별말이 없었다. 혜수의 연기를 처음 머릿 속에 각인됐던 건 '스윙 키즈'였다. 그런 와중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찍었고, 캐스팅할 때 PD가 먼저 제안했다. 안될 줄 알았는데 혜수가 흔쾌히 수락해 줬다. 김시은은 오디션을 통해 만났다. 오디션을 꽤 많이 봤는데 하은이가 갖고 있는 대사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배우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시은이 오디션 중 애드리브를 하나 했는데 그게 너무 동물적이고 천재적으로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극중 세미 역을 맡은 박혜수는 2021년 2월, 학교 폭력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한 뒤 '너와 나' 개봉을 앞두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혜수는 "지난해 부국제 이후 '너와 나'라는 영화가 다른 영화제에 다니며, 오늘이 오기까지 많은 상상을 하고 기다렸다. '너와 나' 스케줄이 끝났을 때 마음이 헛헛하고 울컥할 정도로 서로 아끼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소중한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혜수는 "현장에서 단 한 번도 힘들거나 불편한 점이 없었다. 감독님께서 모든 배우들이 가장 편안한 마음,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감독님이 꾸린 '너와 나' 팀 전체 모든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영화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영화를 본 후에는 화면의 색감부터 편집까지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세미의 하루가 애틋하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희망이 담긴 것 같다고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극중 하은으로 분한 김시은은 "영화가 세미와 하은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니까 하은이가 세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시 상황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촬영하기 전에 리허설을 진짜 많이 해 자주 만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라며 "나중에 지나고 나니, 현장에서는 정말 감독님이 저를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해줬다. 그래서 신나게 연기했던 기억이 있다. 더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아울러 박혜수는 "세미가 하은이를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냐고 감독님께 물어봤는데 '웃겨서'라고 말해주셨다. 그런데 시은이가 캐스팅 된 후 같이 리딩 하는데 질투가 날 정도로 톡톡 튀고 호흡과 센스가 매번 연기할 때마다 달라져 멋있었다. 그래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시은이가 하은이었기 때문에 세미가 하은이를 정말 사랑하고 질투하고 그리워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김시은의 연기를 칭찬했다.


영화에는 조현철의 절친인 박정민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조현철은 "박정민 출연은 대단한 소통이 있던 건 아니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 당시 정민이가 단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형을 음악 감독으로 소개해 주는 대가로 섭외했다. 좋지 않은 캐릭터를 잘 살려줘서 감사하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박혜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선배님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혼자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책임감도 컸다. 전작보다 연기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 온 마음을 다해 임했다"라고 강조했다.


조현철은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저를 포함해 모두가 망가진 마음을 안고 촬영에 임했다. 그런 저희가 만나서 서로를 믿고, 사랑했다. 그 사랑의 증거가 영화에 남아있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10월 23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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