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서 외식으로” 밀크플레이션 확대 조짐
입력 2023.10.11 07:09
수정 2023.10.11 07:09
원유 가격 인상에 설탕 가격도 고공행진
유제품부터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원유 인상분 반영된 이달부터 라떼 등 가격 인상
우려했던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흰우유를 비롯해 발효유, 치즈 등 유제품에 이어 아이스크림까지 가격 인상이 이뤄진 가운데 커피 등 외식분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유업계에 따르면 원유 가격 인상분이 적용된 10월을 기점으로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주요 유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편의점 기준 흰우유 1ℓ와 900㎖ 제품 가격은 3000원이 넘었고 발효유, 초코우유, 치즈 등 주요 유제품은 15% 넘게 가격이 올랐다.
유제품에 이어 아이스크림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이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롯데웰푸드도 7월 한 차례 보류했던 가격 인상을 이달부터 반영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올 여름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원유 가격 인상분을 협의할 때만 해도 정부에서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적다고 했지만 실제 가격 인상이 이뤄지자 식품, 외식업계에서는 앞다퉈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분위기다.
당시 정부는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밀크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식품업계는 원유뿐만 아니라 주요 가공식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설탕을 비롯해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반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핵심 식재료인 설탕의 경우 가뭄과 이상기후로 인도, 태국, 브라질 등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12년 만에 세계 설탕 가격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 초부터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3분기부터 인상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이유로 유제품, 아이스크림에 이어 제과, 제빵업계도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 움직임은 외식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우유 가격이 인상된 이달 초부터 개인 커피 전문점 등에서는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의 가격을 300~500원 인상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카페 백미당도 아이스크림 등 30여개 메뉴 가격을 최대 500원 인상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라떼 한 잔당 들어가는 우유 가격이 400~500원 가량 된다”면서 “이번에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라떼 가격을 300원 올렸다”고 말했다.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들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판매 가격은 동일한데 본사나 개인적으로 들여오는 우유나 생크림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한 관계자는 “올 여름 원유 가격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부터 점주들로부터 가격 인상 요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는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가격 인상에 따른 부정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