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잡으려 안간힘인데…시장선 ‘갭투자’ 다시?
입력 2023.10.05 06:34
수정 2023.10.05 06:34
전셋값 오르며 갭투자 슬그머니 ‘고개’
경기·인천 중심 성행…‘무자본 갭투자’ 우려도
“전세사기 등 시장 불안 장기화, 보완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각종 예방 및 규제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최근 전세수요가 늘고 전셋값이 오르며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5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1% 오르며 10주 연속 상승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은 0.22% 오르며 14주째 상승세다.
일주일 전 대비 상승폭은 축소됐지만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며 주요지역 선호단지 위주로 임차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신축 위주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오름세를 지속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일명 ‘갭투자’도 다시 성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최근 5개월간 경기·인천 등지에서 갭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지역은 경기 화성시로 전체 4168건의 매매거래 가운데 233건(5.5%)이 갭투자 거래였다.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10.7%), 경기 평택시(5.5%), 경기 시흥시(6.2%), 경기 수원시 영통구(7.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지역 모두 경기도로 조사됐다. 인천은 연수구에서 해당 기간 전체 2518건의 매매거래 가운데 153건(6.0%)의 갭투자가 이뤄졌고, 인천 서구(4.0%)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에선 송파구의 갭투자 비중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1276건의 매매거래 가운데 131건(10.2%)가 갭투자 거래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 하반기 및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전세계약 중 59.4%는 역전세, 10.9%는 깡통전세 위험가구로 집계됐다.
아직 역전세, 깡통전세 우려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갭투자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시장에선 임대차시장 불안도 장기화할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큰 ‘무자본 갭투자’도 늘고 있단 점이다.
경기 평택시 송화지구우미이노스빌 전용 84㎡는 지난 7월 1억5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후 9월께 1억7000만원에 임차인을 들였다. 임대인은 집을 사고도 2000만원을 번 셈이다. 인천 서구 대원레스피아1단지 전용 84㎡는 앞서 7월 2억18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는데 한 달 뒤인 8월 2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200만원 더 비쌌다.
최근 갭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경기 화성시 일원 장짐마을신성발안미소지움1차 전용 84㎡는 매매가격(2억원)과 전세가격(1억8000만원)의 갭이 2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상승세로 갭투자가 다시 성행할 경우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등 관련 문제 여파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는 빌라, 단독 등 주택 유형에 비해 깡통전세 위험이 낮지만,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 단지를 중심으론 주위가 필요하다”며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은 아파트값 수준이 높은 서울보다 인천·경기에서, 또 신축보다 구축에서 높게 나타난다. 집값 호황기에 크게 올랐다가 빠르게 가격이 조정된 단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깡통전세를 피하려면 전세가율 확인이 필수적인데 지금은 실거래만으로 정확한 전세가율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투명한 거래시장을 만들기 위해 전월세신고의 조속한 정착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의 경우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외려 갭투자에 실패해도 정부 정책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갭투자가 늘면 전세사기 등 문제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고, 시장의 거품이 사그라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임차인이다. 관련 보완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