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한다"던 이재명, 체포동의안 노골적 '부결' 요구
입력 2023.09.21 00:00
수정 2023.09.21 10:51
이재명 체포안 21일 본회의서 표결 전망
강성지지층은 '살생부' 제작, 비명 색출도
부결시에는 '역시나 방탄' 후폭풍 거셀 듯
체포동의안 표결 앞둔 국회는 '폭풍전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표결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이 대표는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을 비난하며 민주당을 향해 노골적인 체포안 '부결'을 당부했다. 체포안 표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권의 극렬한 대치가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한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전날(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9월 19일 정부로부터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다"고 보고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대납 의혹과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 해당 의혹을 병합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뒤 국회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보냈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만큼,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은 지금껏 해왔던대로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판단에 따라 무기명 자율투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투표 방식의 차이는 없지만,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을 고심에 빠지게 만든 부분은 이 대표가 20일 '수액 단식' 중에 내놓은 입장문이다.
이 대표는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세워주십시오'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달라.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요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당대표의 의지와 우리 당이 민생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부각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체포안) 표결 하루 전 이런 입장문을 내면 심경이 복잡해진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체포동의안 부결 투표를 약속한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을 알리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사실상 내년 '총선 살생부' 제작에 나섰다.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인 '민주당의 민주화 운동' 온라인 사이트에는 20일 기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거나, '가부결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에 답신한 80여 명의 의원 명단을 인증샷과 함께 게재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까지 이들이 '박제'한 의원 명단 수와 가부결 및 기권, 무효 표 등을 추산할 심산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어떻든 간에 민주당 안팎이 어수선해질 가능성도 높다. 가결시에는 당 내홍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개딸의 집단 항의에 부딪히게 된다.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내에서 흉기 자해소동을 벌이거나, 국회 경비대원을 상대로 쪽가위로 상해를 입힌 사건 등을 보면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개딸들은 21일 오전 11시 국회에 총집결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집단 시위도 예고한 상태다.
반면 부결시 여당은 물론 비명(비이재명)계까지 '역시나 방탄' 혹은 '거짓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라는 등의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명 녹록지 만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을 어떤 방향으로든 해서 (당내) 분열도 피하고, 여론의 비난도 줄이는 묘수를 찾는 게 우리의 과제"라면서도 "(묘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은 못하겠지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원내지도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최대 난제라는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으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고, 이에 본회의에서 첫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이었지만, 재적의원 297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찬성표가 과반 미달이라는 이유로 간신히 부결됐다. 민주당 내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 전반에 큰 파장이 일었다.
국회로 넘어온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번이 두 번째다. 현재 친명계에서는 부결 기류가 강한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을 했다는 점을 들어 '단호한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