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단식 논란 털고, 구속 시점 연기?'…이재명, 12일 출석 받아들인 노림수는 [정국 기상대]
입력 2023.09.12 00:00
수정 2023.09.12 00:00
12일 오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추가 조사
이종훈 "출석 못하고 병원 입원 가능성 높지 않나"
이종근 "아프고 단식하는 와중 수사 순응 보여줘"
신율 "아픈 사람을 자꾸 부른다?…검찰이 곤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추가 수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검찰에 재출석한다.
이 대표는 앞선 소환 과정에서 검찰과 유례없는 일정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번에도 '날짜를 추가 협의하겠다'라는 입장을 보이며 신경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컸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돌연 검찰의 요구 일자에 순순히 재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대표의 노림수가 무엇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단식 중인 이 대표가 12일 오후 1시 30분 수원지방검찰청에 재출석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검찰에 출석해 8시간가량의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 후 조서에 날인을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추가 출석을 하겠다면서도 날짜는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오는 12일 오후 검찰에 한 번 더 출석한다"라며 "검찰의 부당한 추가소환 요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에만 여섯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정부의 국정난맥과 검찰의 사법스토킹'을 내세우면서 단식에 돌입한지는 13일째 되는 날의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여섯 번째 검찰 조사에도 단식 상태로 임할 예정으로, 검찰은 향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앞서 조사를 했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병합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권 수석대변인은 "당당하게 응하겠다"라고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계획을 밝히면서도 "검찰이 이번 조사마저 무도하게 조작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할 경우,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 대표 탄압과 검찰권 남용이라는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추가 출석 결정이 검찰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동시에 구속 시점을 뒤로 연기시키기 위함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검찰이 추석 전에 이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대표가 이달 25일만 넘긴다면, 국정감사 기간으로 본회의가 열리기 어려워 12월에야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표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차기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검찰은 이 대표를 추석 전에 구속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을 추석에 밥상 위에 올려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일정을 역산을 하면 다음 주 20일과 21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그 때 표결을 해야 한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18일 또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그 때 (체포동의안) 보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에 영장 청구가 돼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8일과 20일에는 여야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각각 21일과 25일로 예정된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 대표가 지난 9일 조사에서 조서에 날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권이 공세를 퍼붓고 있는 '방탄 프레임'을 타파하기 위해서 검찰이 제시한 날짜에 재출석을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 대표의 단식이 열흘을 넘으며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점을 들어, 이것이 구속영장 청구 시점을 뒤로 미루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이 대표의 재출석이 검찰을 곤경에 빠뜨리는 여론전의 일환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다섯 번째 검찰 조사 당시 조서에 날인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구속영장 청구를 지연시키려는 꼼수'라고 보고 있다. 동시에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의 단식이 열흘을 넘어가면서 건강 악화에 따라 검찰 조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체력이 소진된 듯 국회본청 앞 단식 천막 투쟁에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공식 당무 일정에 건강상 이유로 불참하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지난 토요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조서에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며 서명 날인조차 하지 않는 등 시종일관 비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했다고 한다"라며 "피의자가 조서에 날인하지 않으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구속영장 청구를 지연시키려는 꼼수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대표가 이어가고 있는 단식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받고 돌아온 이 대표는 국민 보란 듯이 자리에 누웠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상황을 정치검찰의 정치 수사, 정치 사냥이라고 규정했다"라고도 꼬집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검찰의 추가 수사와 맞물려 이 대표가 건강 이상으로 병원으로 갈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단식 열흘이 넘으며 이 대표가 '한계가 맞았다'라는 우려와 함께 당내에서도 단식을 만류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강행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검찰의 재소환에 응하기로 한 것에 대해 "본인이 원칙적으로 '뒤에 숨지 않겠다. 검찰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나가서 당당하게 소환 조사를 받겠다'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에 단식에 들어가면서 결국 그것(검찰 조사)과 구속을 피하기 위해 '방탄 단식'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국민의힘 쪽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런 상태에서 만약에 출석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방탄 단식을 인정하는 셈이나 다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기력이 쇠한 채로 검찰에 출석하는 것과 관련해선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또 다른 상황"이라며 "내일 출석을 못하고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 단식을 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있는데 거기에 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이건 좀 심하지 않느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여론의) 인지상정이 아닐까"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실제로는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 구속이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 구속 시점을 뒤로 연기시키는 효과가 있다"라며 "(만약 쓰러지거나 입원할 경우는) 검찰 조사가 순탄하게 끝나기가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아프고 단식을 하는 와중에도 가서 '처음에는 말이 안돼서 조서에 날인을 안했는데, 그래도 조서에 날인했다'라는 것을 기록하는 것이 영장실질심사까지 갔을 때도 훨씬 낫다. 수사에 순응하고 있다는 것을 영장실질심사 때 판사에게 보여야 한다"라고 했다.
여론전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는 언론플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단식도 그렇고 (주도권 다툼을 위해 검찰 조사에) 나와서 계속 자기가 화제가 돼야 한다"라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 시점을 두고는 "(체포동의안) 가결·부결을 가는 쪽으로만 아니면, 10월이 국정감사이기 때문에 공백기가 돼서 9월 25일만 넘어가면 된다"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이 곤란하게 됐다"라고 총평했다. 신 교수는 "조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조서의 효력이 없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단식을 해서 아픈 사람을 자꾸 부르면 검찰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여론이 굉장히 안좋은 상황에 처해질 수가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