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줄다리기하던 이재명, 돌연 9일 출석 응한 이유는?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09.08 06:00
수정 2023.09.08 06:00

소환일 두고 신경전 벌이다 檢 제시일에 출석키로

野 부인하지만…'체포영장 발부' 가능성 고려한 듯

SNS에 '수원지검 후문' 구체적 언급해 '동원령' 논란

與 "황제 수사·출석 전문가" "관심 덜 받으려 꼼수"

단식 8일차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세 차례의 줄다리기 끝에 오는 9일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 이 대표가 검찰이 제시한 일정에 조사를 받기로 돌연 입장을 선회한 건, 방탄 꼬리표를 떼는 동시에 체포영장 청구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9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검에 출석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일정을 밝히면서 "검찰은 번번이 국회를 무시하더니 급기야 이 대표에게 정기국회 출석 의무도 포기하고 나오라는 사상 초유의 강압 소환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더구나 검찰이 요구한 출석 일자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정부질문 기간"이라며 "헌법이 규정한 의정활동을 부정하는 검찰의 반헌법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 측과 검찰은 소환 조사일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검찰은 당초 이 대표 측에 지난달 30일을 소환일로 통보했지만, 이 대표는 같은 달 24일에 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은 이를 거부하면서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9월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셋째 주에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지난 4일을 소환일로 제시했다. 이에 이 대표가 오후 일정을 이유로 오전에 2시간 조사를 받겠다고 통보하자, 검찰은 "조사를 2시간 만에 중단할 수 없다"고 맞받으면서 소환일 확정이 불발됐다.


검찰은 지난 6일 이 대표 측으로부터 '12일 출석'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리면서, '이번 주내'인 7~9일 중 피의자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 대표가 검찰이 제시한 일정에 출석하기로 결정하면서 소환일 신경전은 약 3주 만에 일단락됐다.


박 대변인은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이 대표의 기존 입장(12일 출석) 철회 이유를 묻자 "지난번에도 토요일에 출석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안 되고 하다 보니, 11일쯤 얘기가 나왔다"라며 "그런데 검찰이 다시 6일·7일·8일을 얘기했고 (그 때는) 대정부질문 기간이라서 국회 일정이 없는 토요일 출석해 조사받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의 요구를 수용한 배경에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3회 이상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검찰에서는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박 대변인은 이를 부인하면서 "지금 검찰에서 일방적으로 정치 행위를 하는 거 아니냐. 출석 가지고 당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의 분열과 관련한 일련의 정치행위"라고 했다.


친이낙연계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세 번까지 소환에 불응하게 되면 법에 딱 써 있는 건 아니지만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된다"며 "그렇게 되면 피의자의 태도가 문제가 돼서 영장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까지 버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번에 검찰에 출석하면 5번째 소환조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백현동 의혹으로 1번 검찰에 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은 7일 SNS에 이재명 대표 출석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을 공유했다. ⓒ'이재명의 페이지' 페이스북

지난달 31일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 중인 이 대표는 오는 9일 이번 소환조사에도 홀로 출석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대표 비서실이 이날 SNS에 이 대표 출석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을 공유하면서 '강성 지지층 동원령' 논란은 재차 불거지는 모양새다.


당대표 비서실은 이날 "이 대표 검찰 출석 관련 문의 전화가 많아 출석일시와 장소를 알려드린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 대표가 오는 9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검 후문을 통해 출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황제 수사·출석"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부산 현장 일정 후 기자들과 만나 "황제 수사, 황제 출석 전문가 같다"며 "토요일을 일부러 택해서 가겠다는 꼼수가 참 정말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법 위에 군림하듯 조사 일정을 갖고 검찰과 밀당을 하더니, 검찰의 요구에 등 떠밀려 그마저도 언론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덜 받아보려고 토요일을 선택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당연한 조사를 나가면서 강압 소환 운운하는 모습을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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