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 단식' 이틀차…천막서 최고위 열었지만 전날보다 '한산'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3.09.01 14:43
수정 2023.09.01 14:57

지지자들 속속 모여들었지만 10명도 안돼

노년 여성들 "최고" "화이팅합니다" 외쳐

저녁 촛불문화제에서 대결집 이뤄질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본청 앞에 설치된 이 대표의 단식 투쟁 천막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념 논란에 대항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선 이틀차, 이날은 이 대표가 단식을 선언함에 따라 농성장인 천막에서 진행한 첫 최고위원회 회의날이기도 했다.


1일 오전 9시가 막 넘은 시간, 단식 농성 장소인 국회본청 앞은 강성 지지자들이 또 몰려들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당장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이른바 개딸(개혁의딸)과 양아들(양심의아들)로 불리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던 곳이었다. 그러나 회의 장소인 천막까지 오며 인근에서 만난 이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앞뒤로 써진 검은 반팔을 착용한 남성 한 명, 그리고 두어 명의 유튜버 정도였다. 지지자들이 결집하지 않아 한산한 데다, 한여름 날씨를 방불케 한 더위로 땡볕마저 천막 안을 향하고 있었다.


입간판 날짜는 이재명 당대표 단식 투쟁 '2'일차라고 바뀌었고, 천막에는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겠다'라는 현수막이 부착돼있었다. 최고위원회가 시작하자마자 더위로 인해 남성 의원들은 자켓을 탈의하기도 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7시 30분까지 12시간 넘게 1박 2일 철야 농성을 했던 탓일까. 아니면 내리쬐는 땡볕 때문인지 지도부 일부는 계속해 인상을 쓰기도 했다. 몇 명은 쏟아지는 잠을 겨우 참아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취재진들 앞에서 눈을 감았다.


9시 30분,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이 대표가 꺼낸 이야기는 "나의 단식 때문에 어제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와 주셨는데 '꼭 이렇게 해야 되느냐' 이런 말씀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내 대답은 '이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지금 정권의 퇴행과 폭주, 그리고 민생 포기와 국정 포기 사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데, 이 일방적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지만 막을 다른 방법도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삶의 문제, 민생의 문제, 정말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식이) 그 고통과 절망에 함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조금이라도 퇴행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국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정국에 따른 반일 정서를 자극하듯 '창씨개명'이라는 표현도 불사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을 겨냥해 "지금 오염수를 처리수로 하겠다는데 '창씨개명'이 딱 떠오른다"라고 했다. 그는 "어쩌면 하는 일이 (일제강점기 때와) 이렇게 똑같은가. 창씨하고 개명하면 본질이 바뀌는가"라면서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창씨개명을 할거면 기왕 하는 거 처리수가 아니라 청정수라고 하는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뒤를 이어 발언한 최고위원들도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맹폭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라는 정부 계획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인식하듯 '정치검찰'이란 대여 공세 역시 중간중간 등장했다.


이 대표는 천막 회의가 끝난 직후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당초 검찰이 제시했던 9월 4일에 소환조사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투기에 반대하는 각국 관계자가 모여 국제회의를 하는 일정이 4일 오후 2시 30분에 있다는 점을 들어, 오전에만 1차로 출석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본청 앞에 설치된 이 대표의 단식 투쟁 천막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날 오전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의 존재감은 고민정 최고위원의 발언 순서에서부터야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 최고위원은 "문제가 있어도 여당 성향 위원은 봐주고, 야당 성향 위원들은 콕 집어 해임하는 노골적인 이중 잣대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다"라며 "(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직무대행) 황성욱 상임위원에 대한 해촉을 하라"라고 촉구했다. 드디어 취재진의 틈 사이에서 지지자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때부터 색색의 양산을 쓴 노년 여성들을 비롯한 지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회의가 끝날 때까지 모여든 지지자들은 다 합쳐도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모여든 지지자들을 향해 "오늘은 밖에서 국민 여러분을 뵙는다"라며 "'이제 이재명이 우리 답답한 가슴을 사이다처럼 뚫어주는 건가. 이제 이재명이 우리의 이 어려움을 윤석열 정권과 싸워서 이겨주는 건가'라고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여러분들을 탄압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민주적 행위만 비판하지 마시고 취임 1년 반 동안 정치검찰을 동원해 야당 대표 제거와 야당 파괴에 올인하는 윤 대통령의 행태도 비판하는 용기를 보여달라"라고 호소했다.


또 서 최고위원은 전날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사법 스토킹'이라고 강조한 발언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검찰이 이재명 당대표 수사만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 판타지 소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지지자들은 모두발언 중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발언이 끝나자마자 "최고"라고 외치는 등 호응했다.


이 대표가 회의 종료를 알리자마자 50~60대 정도로 추정되는 남성 한 명은 "참다 참다 못해서 나왔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분홍색 양산을 쓴 노년 여성은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하면서 손으로 머리 위 하트를 만들었다. "화이팅 합시다" "민주당은 합니다"라는 응원의 소리도 취재진 사이사이 틈에서 들려왔다. 어디에선가는 "비가 와야 사진이 예쁘게 나오니 비가 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도 나왔다.


오전은 이처럼 한산했으나,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진짜' 결집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국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치 '소집령'을 연상케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윤석열 정권 폭정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란 이름의 대정부 투쟁을 펼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오늘 저녁, 민주주의를 지킬 촛불을 들어달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주의를 바로세울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라고 적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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