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검찰 출석 일정 묻자 '묵묵부답'…수싸움은 주도권 확보 차원?
입력 2023.08.30 14:35
수정 2023.08.30 15:16
당초 소환일인 오늘 출석 거부하고 호남行
檢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9월 체포안 관측에 당내 가-부결 주장 팽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초 검찰이 통보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관련 소환 조사일인 30일 출석을 거부하고 호남을 찾았다. 당 차원에서 비회기까지 만들며 빠른 소환을 촉구하던 이 대표가 당무와 일정을 이유로 검찰과 기싸움을 벌이는 걸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당 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소환 조사 일정은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9월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주간'을 원한다며 사실상 내달 11~15일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검찰이 다음 달 4일 출석을 재통보하면서 양측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8월 임시국회 회기 단축을 강행하며 검찰의 빠른 소환을 촉구하던 이 대표가 돌연 다음 달 중순으로 출석 시기를 미룬 배경에는 '주도권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 대표 취임 후 1년 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온 만큼, 검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1야당 대표가 검찰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느냐"며 "이전처럼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당당하게 나가겠다는 여론전을 펴면서 자신의 요구대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실제 4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당무와 일정 등을 이유로 검찰이 제시한 일정을 단 한 차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주말에 출석하거나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오전 11시에 출석해왔다.
이 대표가 검찰과 소환일을 두고 기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당내에서는 9월 중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친명계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폭압'으로 보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국민 앞에 약속 한 만큼 가결 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받았다는 게 하나도 안 나왔기 때문에, 박찬대·천준호 의원을 사법 방해라는 것으로 해서 소환하겠다는 것 아니느냐"며 "이것은 돈 받은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으니 증거 인멸로 엮어 보겠다, 그런 검찰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검찰의 움직임이 부당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부결에 힘을 실어야 한다면서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정청래 최고위원도 같은 라디오에서 "수사를 몇 년 동안 했으면 언제든 영장 칠 수 있어야지 굳이 정기 국회 들어가면서 소환도 하고 영장을 치겠다는 것은 검찰이 그만큼 자신 없다는 거 아닌가"라며 "이런 무도한 검찰의 폭압 앞에서 당이 똘똘 뭉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건 본인의 자랑은 될지언정 민주당 차기 지도자군이 희박하다는 반증으로 민주당에게는 오히려 독으로 읽힐 수 있다"며 "민주당은 여전히 이 대표 리스크로 민주당의 정책보다는 당 대표 관련 기사가 언론을 압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비명게 이상민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불체포 특권 문제는 당도 이 대표 본인도 이미 국민들께 여러 차례 약속을 한 사안"이라며 "이 대표 말 한 마디면 끝나는 일인데 자꾸 거부한다는 둥 이 대표에게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하라는 둥 하게 되면 참 모양이 구차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