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류 넘보는 신세계L&B, 와인‧맥주에 ‘소주’ 까지 전방위 확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8.18 07:33
수정 2023.08.18 10:46

제주공장 활용, 내년 증류식 소주 출시

알코올 도수는 24도…고도주 전략 채택

주류업계, 기대보단 우려…“영업망 확보 관건”

신세계L&B 사옥 전경.ⓒ신세계L&B

국내 1위 와인 수입사 ‘신세계L&B’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종합주류기업으로의 비약적인 발전을 꿈꾸고 있다. 발포주에 더해 과일소주까지 라인업을 대폭 확장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데 이어, 최근 소주 시장에도 재도전하고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주류 유통 계열사 신세계L&B는 지난달 ‘킹소주24’ 상표를 출원하고 희석식 소주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2021년 ‘제주소주 푸른밤’ 생산중단 후 2년 만이다. 앞서 ‘쎄주24’, ‘부강소주24’ 등 상표도 등록했지만 최종 브랜드 명은 ‘킹소주24’로 택했다.


신세계L&B는 지난 2016년 제주 올레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해 ‘푸른밤 소주’로 국내 소주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참이슬, 처음처럼 등 기존 제품 장벽을 넘지 못하고 5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신세계는 대신 이 공장을 활용해 과일 소주를 생산해 수출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수요가 줄어 공장 가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신세계L&B는 새롭게 출시될 소주를 이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신세계L&B는 종합주류기업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겠다”며 2008년 12월 세운 이마트 자회사다. 이마트와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계열사를 통해 와인을 공급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현재는 와인 수입사를 넘어 주종의 전방위적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미국 버번 위스키 에반 윌리엄스를 국내에 들여와 한 달 만에 1만1200병을 판매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특허청에 제주위스키, 탐라위스키 등 6종의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맥주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지난해 4월 발포주 ‘레츠 프레시 투데이’(레츠) 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맥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진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소주 시장에 진출하며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알코올 도수는 24도로 희석식 소주 치고는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저도주 소주시장의 경쟁이 극심한 점을 고려해 리스크 회피와 신제품 차별화 차원에서 고도주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과거 판매했던 소주 '제주 푸른밤' 2종.ⓒ신세계그룹
◇ 주류업계, ‘우려’…“영업망 확보 등 전략이 관건”


신세계L&B의 야심찬 움직임에도 주류업계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긴장은 커녕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용진 부회장이 유통망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지만, 업계서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수적인 주류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낼 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를 견제할 주류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전략에 더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주, 맥주와 같은 유흥 시장은 보수적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신제품에 대한 저항력이 크다. 쉽게 말해 ‘먹던 술’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MS(시장점유율) 1% 올리려면 100억원이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장 공략은 어렵고도 치열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한정된 매대에 술을 넣고 빼는 싸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지난해 5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경쟁이 비방전으로 번지기도 했는데, 이 사례는 주류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세계L&B도 과거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이미 서머블리스, 시트라델릭, 부두레인저 등을 통해 맥주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선보인 발포주 레츠 역시 유흥 시장에서 찾기 어려울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신세계 L&B는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양새지만, 수 천개가 넘는 도매사를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가 역시나 최대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잊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반면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포기하지 않고 주류 시장을 꾸준히 두들기고 있는 데다, 평소 소비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정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킹소주24 마케팅에 나선다면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주 열풍이 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업계서는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유흥 시장을 빠른 속도로 공략해 하기 위해서는 빅모델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과 광고를 통한 인지도 제고는 물론 국내 생산 거점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용진 소주가 안 됐던 이유를 살펴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주류 사업이 영업망만 어느 정도 구축하면 현금이 계속 흐르는 데다, 신세계의 경우 유통망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더 없이 달콤한 사업으로 느껴지겠지만,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며 “현재 이마트 실적도 안 좋은데 기존 소주 브랜드를 밀어내고 정용진 소주를 채워 넣을 경우 결과적으로 주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실무진들의 어려움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측된다”며 “내부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손익에 대해 묻지않고, 영업망을 구축하겠다 라고 총대를 메면 가능하겠지만 오너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영업은 월급사장이 하는데 실적을 내지 못하면 연임하기 어렵지않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마케팅 활동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다. 정용진보다 박재범이 파급력이나 팬덤이 훨씬 막강한데도, 원소주의 경우 유흥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유통망만 활용해서는 한계가 크다. 향후 영업망 구축이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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