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이른 추석”…치솟는 물가에 너도 나도 ‘여름 김장’
입력 2023.08.10 07:04
수정 2023.08.10 07:04
배추 도매가격 한 달 새 두 배 껑충
건고추 가격 상승 전망에 사전예약 60%↑
외식업계 “쌀 때 미리 하자”
때 이른 여름 김장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폭우에 이은 폭염 그리고 최근 태풍 피해로 배추, 고추 등 김장 관련 식재료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김장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연중 김치를 일정한 온도로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 보급이 확대된 것도 여름 김장족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월 상순 일 평균 배추 도매가격(가락시장 상품 기준)은 포기당 5395원이다. 지난달 하순 3362원이던 배추는 불과 열흘 사이 60% 상승했다.
집중호우 피해 영향이 반영되기 전인 지난달 상순(2086원)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58.6% 급등했다.
김장에 꼭 필요한 고춧가루 가격도 예년에 비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산물유통정보(aTKAMIS)에 올라온 7월 한 달간 홍고추의 평균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노지 피해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는 건고추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6% 감소해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건고추의 시세가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6호 태풍 카눈이 오는 10일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물가 상승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은 포장김치를 이용하거나 소규모 김장을 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태풍 피해로 물가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김치를 하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때 이른 여름 김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햇 건고추 사전 예약 판매량은 작년 대비 60% 이상 늘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정모씨는 “지금도 비싸지만 태풍 지나가고 나면 더 오를 것 같아 조금씩이라고 김치를 해먹으려고 장을 봤다. 올해는 추석도 일러서 9월 되면 물가가 더 오를 것 같다”면서 “사먹는 김치도 가격이 많이 올라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작년 여름의 경우에도 태풍 힌남노 여파로 고랭지 배추 씨가 마르면서 한때 배추 가격이 10㎏당 4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당시 포장 김치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한 때 품귀현상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외식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김치 소비량이 많은 설렁탕, 칼국수 등 한식 전문점을 중심으로 태풍 전에 미리 배추 등 식재료를 확보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 인식이 안 좋기도 하지만 올 들어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면서 “태풍 이후에 또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몰라 미리 배추를 좀 사놓았다. 김장철이나 명절에는 모든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비쌀 때를 피해서 수시로 김치를 담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