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중 1곳은 여신심사역 '0명'…투자자 보호 '구멍' [온투업 잃어버린 3년②]
입력 2023.08.08 06:00
수정 2023.08.08 18:18
절차 부실 불가피…연체율 '고공행진'
"업황 악화로 전문 인력 유치 어려워"
잃어버린 3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의 부정할 수 없는 현주소다. 2020년 8월 말 온투법이 시행되면서 옛 P2P금융의 허물을 벗고 제도권으로 날아올랐지만, 첫 발을 뗄 때의 기대감은 불안으로 뒤바뀌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대출의 양과 질은 모두 악화일로다. 플랫폼 혁신으로 금리 골짜기를 메워 1.5금융이 되겠다던 포부는 고사하고 신뢰마저 잃을 처지다. 당국의 안일한 관리감독 의식 속에서 금융사의 투자자 보호에는 구멍이 나고 있다. 메기 역할을 자처하다 생존의 기로에 놓인 온투업계의 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온투업체 3곳 중 1곳 가까이는 여신심사 공인 자격을 가진 대출 전문 인력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하게 대출을 심사한 업체 중에서 연체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곳들도 이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온투업계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내려 앉은 건 투자자 보호에 대한 자구적 노력이 부족한 자업자득의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위원회에 공식 등록된 온투업체 52개사 가운데 경영공시가 확인 가능한 49개사의 인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중 30.6%인 15개사는 여신심사역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투자자와 대출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여신심사역은 대출을 받을 사람·법인이 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다. 신용대출이라면 차주의 신용이나 사업성을 분석하고 담보대출이라면 담보물의 가치를 확인하고 대출 승인을 결정한다.
회사별로 보면 ▲론포인트 ▲렌딧 ▲그래프펀딩 ▲펀다 ▲온트러스트펀딩 ▲다온펀딩(다온핀테크) ▲윙크스톤 ▲머니무브(렌딩머신) ▲비플러스 ▲스마트펀딩(스마트핀테크) ▲타이탄인베스트 ▲트러스트펀딩(트러스트라운지) ▲캠퍼스펀딩(레드로켓) ▲하이펀딩 ▲온투인 등이다.
여신심사역이 1명뿐인 곳도 5곳이나 됐다. ▲나인티데이즈(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 ▲펀딩119 ▲HB핀테크 ▲FM펀딩 ▲누리펀딩이다. 이중 나인티데이즈는 온투업협회 중앙기록관리기관 기준 대출잔액이 509억원으로 상위 6위 기업이다.
온투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안좋다 보니현재 온투업체 절반정도는 영업을 지속하기보다 관망하는 경향이 있어 여신심사역이나 전문인력이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온투업체에서 대출 심사가 잘못되면 투자자 손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신용이나 담보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해 취약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면 제때 대출을 갚지 못해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 대출 심사 인력이 없는 업체 중 연체율이 공시 기준의 두 배를 넘는 곳들도 있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타이탄인베스트(48.3%) ▲펀다 (40.41%) ▲다온핀테크 (33.82%) 등이다. 온투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온투업체는 연체율이 15%를 초과할 경우 관련 사실을 즉시 공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15%를 마지노선으로 여기는데 이보다 두세 배를 웃도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애초 대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실채권 매각도 쉽지 않다. 담보가 있어 회수 가능성이 크다는 부동산 담보 대출의 경우도 담보 가치 산정이 정확하지 않아 질이 좋지 않은 대출이 나가면 부실채권(NPL) 회사나 채권추심회사에서도 해당 채권 매입을 꺼린다.
다온핀테크의 올해 NPL 매각 건 중에서는 8200만원짜리 채권이 단돈 1만원의 매각 대금에 팔린 사례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대출 심사 과정이 부실했던 업체 사이에서 투자자 보호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 한 관계자는 "온투업체가 최대한 투자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도록 상품을 발굴하고 그 상품에 대한 대출을 진행해야 했는데 인력도 없는 곳은 심사단계에서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로 인해 연체 가능성이 큰 상품을 가져오게 되고 NPL채권도 헐값에 팔리게 되니 투자자들 손해가 막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많은 온투업체들이 대출 심사가 철저하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담보대출도 원금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연체율은 치솟는데 채권도 팔지 못하고 신규 대출은 막힌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온투업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