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박영수 2차 구속심사 종료…구속 여부, 3일 밤 늦게 나올 전망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08.03 19:04
수정 2023.08.03 19:11

박영수 법정 나서며 '어떤 부분 소명했느냐' 질문에 "됐습니다"…'증거 인멸' 질문엔 "미안합니다"

서울구치소서 심사 결과 기다리는 중…檢-朴, 혐의 성립 여부 및 증거인멸 정황 놓고 5시간30분 공방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5시간 30여분 만에 끝났다.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심문이 3시간여 만에 종료된 것에 비하면 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검찰과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심문에서 주요 혐의의 성립 여부와 증거 인멸 정황 등을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돼 약 5시간30분 만인 오후 4시께 끝났다. 6월29일 첫번째 영장심사는 약 3시간10분간이었다.


박 전 특검은 법정을 나서면서 '어떤 부분을 주로 소명했느냐'는 질문에 "됐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어떻게 소명했느냐'는 물음에는 "미안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대기 중이던 검찰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을 기다리던 일부 보수성향 유튜버가 "박근혜 대통령께 사과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나 다음 날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 소속 정일권(45·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을 투입, 총 230여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를 재판부에 제시하며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강조했다.


이에 박 전 특검 측 변호인인 박경춘(57·21기)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는 1차 영장심사 때와 비슷한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주장에 맞섰다.


검찰은 앞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유를 면밀히 분석, 박 전 특검 측의 주장을 뒤집을 반대 논리와 추가 증거 등을 촘촘히 보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8억원을 수수한 시점으로 2014년 11월∼4월께로 지목한 검찰은 이 시점을 2014년 11월 3일부터 2015년 4월 7일 사이로 더 자세히 특정했다. 이 시기는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한 시기로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이 금융회사인 우리은행 통합이사회 의장·감사위원을 겸직한 시기다.


첫 영장심사에서 박 전 특검 측은 '우리금융지주는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수재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 직무 해당성 여부를 문제 삼아 영장 기각을 끌어냈다. 이에 검찰이 그가 금융기관 임직원 신분으로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을 보강해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 로고 ⓒ검찰청

검찰은 2015년 9월께 박 전 특검과 김만배씨 사이에 작성된 '증자대금 5억원을 빌려주면 3년 안에 이자를 쳐서 갚고, 원할 경우 화천대유 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자금차용약정서를 확보해 박 전 특검의 '5억원 수수·50억원 약정' 혐의를 보강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아울러 '50억 클럽 특검론'이 제기된 올해 2월께 박 전 특검이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와 만나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망치로 내리쳐 폐기하는 등 의도적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앞서 오전 10시 13분께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박 전 특검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굳은 표정으로 "번번이 송구스럽다. 법정에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거액의 돈이 사업 관련 청탁의 대가인가',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순 이유가 무엇인가' 등 질문에는 손을 내젓거나 입을 열지 않았다.


한편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과 부동산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고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된 2015년 3∼4월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억원을 받은 뒤 50억원을 약정받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6월 첫 번째 영장심사에서 법원은 직무 해당성, 금품의 실제 수수,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대대적 보강수사를 벌였고 그가 특검 재직 기간인 2019∼2021년 딸 박모씨를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단기 대여금'으로 가장한 돈 11억원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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