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도 축하’ 반짝반짝 알카라스, 케케묵은 빅3 구도 종식 예고…조코비치 벌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3.07.18 17:07
수정 2023.07.18 17:11

2023 윔블던 우승 차지한 카를로스 알카라스. ⓒ AP=뉴시스

메이저대회 22회 우승에 빛나는 ‘전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37)도 ‘현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0)의 윔블던 정상 등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알카라스는 1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펼쳐진 ‘2023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5시간에 가까운 혈전 끝에 ‘세계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36)에 3-2(1-6 7-6〈8-6〉 6-1 3-6 6-4) 역전승을 거두며 윔블던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30여분 만에 1세트를 내줄 때만 해도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코트 전체를 쓰면서 조코비치의 체력을 갉아 먹고 풀세트 접전으로 끌고 간 뒤 승리, 윔블던 정상에 우뚝 섰다. 우승 상금 235만 파운드(약 39억원).


우승 확정 뒤 나달은 “알카라스 축하한다.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겨라”라고 격려했다. 다른 테니스 레전드들도 SNS 등을 통해 “알카라스의 우승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별이 떴다”며 반겼다.


빅3(페더러-나달-조코비치), 그리고 앤디 머리 외의 선수가 윔블던 정상에 오른 것은 약 20년 만의 ‘사건’이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데 이어 윔블던 정상에 오르며 ‘알카라스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20년 가까이 세계 남자 테니스는 ‘빅3’ 구도 체제가 이어져왔다. 3명이 이룬 메이저대회 우승은 무려 65회에 달한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구도도 세월이 흐르고, 신성이 튀어오르면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메이저대회 20회 우승을 차지한 ‘황제’ 페더러는 지난해 은퇴했고, 알카라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 나달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내년 은퇴할 예정이다. 여기에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인 ‘살아있는 전설’ 조코비치가 6연패를 노렸던 윔블던 잔디에서 알카라스에 졌다.


알카라스-조코비치. ⓒ AP=뉴시스

조코비치는 결승 5세트에서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자 라켓으로 네트 기둥을 찍었다.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심판은 경고했다. 조코비치는 약 1000만원의 벌금까지 떠안았다. 준우승 상금 117만5000파운드(약 19억4000만원)에서 공제되긴 하지만 조코비치로서는 여러모로 체면을 구겼다. 알카라스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코비치도 알카라스 기량을 인정했다. 경기 후 조코비치는 “안타까운 패배다.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알카라스는)경험이 많은 선수가 아닌데 (약했던)잔디 코트에 벌써 적응하는 것을 보니 놀랍다”며 실력을 인정했다. 지난달 잔디 코트 대회 우승에 이어 윔블던에서 우승을 따낸 알카라스는 이제 큰 약점 하나를 지웠다.


잔디든 하드 코트든 클레이 코트든 어떤 무대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뽐낼 수 있게 된 알카라스는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상금 1위에도 도전한다. 윔블던 우승으로 당분간 세계랭킹 1위 자리는 알카라스가 지킬 것으로 보인다. 알카라스는 올 시즌 자신의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9675점을 기록, 2위 조코비치(8795점)와의 격차를 벌렸다.


조코비치가 인정한 백핸드와 수비, 그리고 특유의 승부 근성을 지닌 알카라스는 케케묵었던 빅3 구도의 종식을 예고하는 새로운 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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