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해 성과 큰 직원들에게 우선 제공…MBC 성과보상, 획기적으로 바꿔야" [문호철의 MBC 생각 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06.12 00:05 수정 2023.07.11 09:09

"MBC 콘텐츠 경쟁력 높이기 위해선 성장성 있는 주식, 스톡옵션으로 제공…온정주의·동호회 타파"

"드라마 조직, 독립 채산제적 회사 속의 회사나 사내독립기업 만들어야…외부투자 용이 '스튜디오M'"

"성과기준 초과 추가 이익, 러닝 개런티·이익공유제 실시…부족한 분야에 외부인력 영입 불가피"

"수십 년 간 똬리 튼 'MBC, 우리만의 왕국' 스스로 파괴하는 용기·결단 필요…MBC 모든 부문에 적용"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은 "MBC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틀을 뛰어넘어 성과보상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한다"며 "승인을 얻은 주주 지분의 일부를 MBC가 자사주로 매입한 뒤 성과가 큰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스톡옵션 형태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과와 경쟁을 외면하는 온정주의적 '동호회'스러운 운영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고, 인센티브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고 촉구하면서, <스튜디오M>, <해외 자본시장에서의 한류 IPO>, <M-디지털 생태계로의 이주>, <全 영역에 걸친 순혈주의 탈피와 개방형 혁신> 등을 MBC 발전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수십 년 간에 걸쳐 내부에 똬리를 트고 두껍게 쌓인 'MBC, 우리만의 왕국'을 스스로 파괴하는 용기와 결단이 MBC의 모든 부문에 적용돼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국장은 11일 '어떻게 하면 MBC는 다시 성장하는 콘텐츠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을까?-2' 제하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콘텐츠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연봉 또는 높은 개런티는 기본이고, 성장성 있는 주식 즉, 기업 지분 제공이 일반화된 유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MBC가 이걸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포기해버리고 다른 처방을 찾으면 백약이 무효다. 사장이 나서서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승인을 얻은 주주 지분의 일부를 MBC가 자사주로 매입해야 한다. 이 정도의 기존 틀을 깨는 제도까지도 과감히 도입할 수 있는 사장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콘텐츠별로 사전에 합의된 성과기준을 초과한 추가적 이익에 대해서는 일종의 러닝 개런티 또는 이익공유제를 실시해 성공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해야 한다. MBC 조직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균등주의, 호봉제와 연공서열주의 등의 저항을 돌파해야 가능하긴 하다. 그 과정에서 언론노조와의 대결도 불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전 국장은 "안형준 사장이 3개월이 걸려 준비한 정책발표회를 보니 이 정도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낮은 수준의 경영식견을 가지고 어떻게 벼랑 끝 위기에 처한 MBC를 이끌고 갈 수 있을지 회사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졌다"며 "지난 5년간의 편파왜곡 방송 청산을 선결하고 MBC가 다시금 직원들에게도 미래 비전을 주며 한류와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발전도 견인할 수 있는, 성장하는 기업으로서도 부활하는 길은 무엇일까?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돌풍'이 내부로 몰아치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한 "수십 년 간에 걸쳐 내부에 똬리를 트고 두껍게 쌓인 'MBC, 우리만의 왕국'을 스스로 파괴하는 용기와 결단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기본 철학"이라며 "사실 이것은 여기서 직접 언급된 분야뿐만 아니라 MBC의 모든 부문에 적용되어야 할 원칙으로 MBC 사장은 가져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4월 26일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방송법 개정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다음은 11일 발표된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의 칼럼 전문.


'어떻게 하면 MBC는 다시 성장하는 콘텐츠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을까?-2'


<스튜디오M과 한류 IPO>


MBC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틀을 뛰어넘어 성과보상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인식은 MBC 내부에서 이미 널리 공유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 작가, PD, 출연자 등의 요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내부인력이 이미 대다수 유출된 원인은 외부 수준에 따라가지 못한 내부 성과보상제도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런데 지금 우리 콘텐츠 제작업계 현실은 단지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우수 인력 확보나 제작요소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안형준 사장의 정책발표는 구체적이지 않았다. 고연봉 또는 높은 개런티는 기본이다. 성장성 있는 주식 즉, 기업 지분 제공이 일반화된 유인이다. 콘텐츠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이런 방식 도입이 불가피해진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업계 수준에 맞출 수 있는 성과보상제도가 들어서게 된다.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MBC가 이걸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포기해버리고 다른 처방을 찾으면 백약이 무효다. 사장이 나서서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승인을 얻은 주주 지분의 일부를 MBC가 자사주로 매입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적 평등 배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자사주를 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배정하는 우리사주 방식은 무의미하다. 성과가 큰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스톡옵션 형태로 활용해야한다. 성과와 경쟁을 외면하는 온정주의적 '동호회'스러운 운영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인센티브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 이 정도의 기존 틀을 깨는 제도까지도 과감히 도입을 할 수 있는 사장이어야 한다.


제작 인력을 운용할 때 PD 개인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회사 자산을 이용하는 구조는 완전히 털어내야한다. 자의적 충족이나 경험 쌓기를 위한 연출은 과감히 끊어내야한다는 말이다. 경쟁력이 최우선의 기준이 돼야 한다. PD는 분명히 자기 자신이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스튜디오M>


우선 드라마와 드라마를 포함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 및 사업 조직을 독립 채산제적인 일종의 회사 속의 회사 또는 사내독립기업(Company In Company)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기구조직 개편이다. 당연히 이 조직[<스튜디오M(가칭)>]은 MBC의 경쟁력 제고와 성장을 견인하는 사명을 부여받아야 한다. 이처럼 투명하고 독립적인 회계가 보장되어야 <스튜디오M>에 대한 외부 투자 유치가 용이해진다. 외부 투자 유치방식도 다변화할 수 있다.


<스튜디오M>을 중심으로 앞서 말한 스톡옵션을 실시하고 그 외에도 콘텐츠별로 사전에 합의된 성과기준을 초과한 추가적 이익에 대해서는 일종의 러닝 개런티 또는 이익공유제를 실시해 성공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해야 한다. MBC 조직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균등주의, 호봉제와 연공서열주의 등의 저항을 돌파해야 가능하긴 하다. 그 과정에서 언론노조와의 대결도 불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정책발표회를 보면서 안형준 사장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해외 자본시장에서의 한류 IPO>


경쟁력 회복의 속도 그리고 자본시장의 시황에 따라 유동적이 되겠지만 결국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스튜디오M>은 그 자체로, 또는 더욱 보강된 형태로 기업공개(IPO)의 길로 나가야 한다. 앞서 말한 스톡옵션은 이 때 행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시장성에 대한 기대를 미리 가질 수 있게 처음부터 설계되어야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기업공개에 있어서도 MBC가 한걸음 더 나가는 선도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이것은 이 기업공개가 국내 증시뿐 아니라 한류 거점이 되는 해외 자본시장에서도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한류 IPO>형태로 추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쿠팡처럼 해외 주식시장에 바로 상장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우선 국내시장에 상장을 하면서 일본, 싱가포르, 미국, 유럽 등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예탁증서(Depository Receipt, DR)를 발행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더 큰 재원을 유치하여 <스튜디오M>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로의 성장과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해외에서 한류 위상을 더욱 고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BBC의 <BBC Studio>나 CJ E&M의 <스튜디오 드래곤>, SBS의 <스튜디오 S>가 선발주자라면 <스튜디오M>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넓은 콘텐츠의 바다로 나아가는 MBC'로 표현될 수 있다. 차별화와 다른 차원 달성은 필수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차량 내(In-Car)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한다든지 '비욘드 OTT'를 지향해야한다는 말이다.


<M-디지털 생태계로의 이주>


콘텐츠 제작에서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 MBC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 과업이다. 일차로 <미래 콘텐츠 Zone> 블록을 고정 편성하여 국내외 메타버스, XR, AI, 미래형 모빌리티(In-Car) 엔터테인먼트를 선도하는 유망한 신진 콘텐츠 기업을 발굴해 이 블록을 통해 그들의 콘텐츠를 론칭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과 <스튜디오M>과의 공동개발·제작도 추진해, 성과를 낸 유망 업체를 대상으로는 지분투자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로까지 확장도 가능하다. 이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MBC의 디지털 미래비전 <M-디지털 생태계>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지분투자에는 현금 이외에도 MBC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콘텐츠 아카이브를 현물로 투자하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도 병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단순히 현금만 투자하는 여타 벤처 캐피탈이나 사모 펀드들보다 투자사로서 MBC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M-디지털 생태계>에 유망한 신진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있어서 차별화된 MBC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MBC는 <MBC아메리카>라는 미주법인 자회사가 있는데 이를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미주지역의 유망한 신생 콘텐츠와 플랫폼 업체들을 발굴하여 <M-디지털 생태계>에 연결시키는 첨병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본사 채널의 <M-미래 콘텐츠 존>보다는 다른 자회사들인 MBC플러스의 케이블PP 채널이나 iMBC의 온라인 채널에 더 적합한 미래형 콘텐츠도 있을 수 있다. 또 외부 업체와의 미래형 콘텐츠 공동협업에 있어서는 위 두 업체는 물론 제작기능이 있는 MBC C&I도 참여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이루어진다면 전체 MBC 차원에서 <M-디지털 생태계>를 더 넓고 다양하게 구축하는데 자회사들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사 사장은 이런 기회의 창을 MBC의 지역사들에게도 열어두어야 한다.


<全 영역에 걸친 순혈주의 탈피와 개방형 혁신>



이제는 콘텐츠를 남들이 더 잘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편성을 해야 한다. 아프지만 현실이다. 프라임타임 시간대 일부까지도 개방, MBC(본사와 관계사 포함)와 국내외 외부 제작사들 사이의 서바이벌 오디션 같은 경쟁 방식을 통해 최고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을 선발하여 론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M-오픈 프로그램 블록(가칭)>은 누가 제작하든 상관없이 최고의 프로그램만이 MBC 채널에 편성될 수 있다는 원칙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시그널이 될 것이다. <무한도전>의 DNA를 적용하자는 말이다. 이는 MBC 시청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MBC 내부 제작역량도 끌어올리는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다.


채널 편성에서 시작, 점차적으로 사내 다른 분야와 기능에도 이러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방과 경쟁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특히 내부역량에 대한 진단을 통해, 부족하다고 판명된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역량을 적극적으로 수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기업과의 M&A를 이미 수차례 한 국내 기업이 있지만 MBC에는 이런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내부인력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하겠지만 MBC 도약을 위해서는 역량이 부족한 분야에 대한 외부 인력 영입은 불가피하다. 실무급 인력뿐만 아니라 임원급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감사원은 국민감사 청구에 응하여 방문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대상 항목은 6건인데 대부분 임원급에서 이루어지는 경영적 판단 능력의 부실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재무적 손실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손실 105억 원을 기록한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 실패와 같은 건들인데 해외투자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있었다면 이런 손실은 피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복잡한 해외사업 계약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CLO(최고법률책임자)가 필요하지 않나?


'MBC, 우리만의 왕국'을 스스로 파괴해야


안형준 사장이 3개월이 걸려 준비한 정책 발표회를 보니 이 정도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낮은 수준의 경영식견을 가지고 어떻게 벼랑 끝 위기에 처한 MBC를 이끌고 갈 수 있을지 회사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답답한 마음에 MBC를 살릴 수 있는 나름의 청사진을 지면을 통해 쏟아냈다. 지난 5년간의 편파왜곡 방송 청산을 선결하고 MBC가 다시금 직원들에게도 미래 비전을 주며 한류와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발전도 견인할 수 있는, 성장하는 기업으로서도 부활하는 길은 무엇일까? 전 칼럼에서 언급했듯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돌풍'이 내부로 향해 몰아치게 해야 한다.


수십 년 간에 걸쳐 내부에 똬리를 트고 두껍게 쌓인 'MBC, 우리만의 왕국'을 스스로 파괴하는 용기와 결단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기본 철학이다. 사실 이것은 여기서 직접 언급된 분야뿐만 아니라 MBC의 모든 부문에 적용되어야 할 원칙으로 MBC 사장은 가져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제는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만들어져야 할 MBC의 콘텐츠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이고, MBC 콘텐츠가 의미하는 대표 가치와 이미지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방향성 정립도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추후 또 다른 칼럼의 주제가 될 것이다.


※위 내용은 2023년 MBC 사장 공모 지원 시 작성하였던 필자의 <MBC 경영계획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힌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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