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앞마당' 쿠바에 스파이 기지 건설 비밀 합의"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3.06.09 19:05
수정 2023.06.10 05:28

WSJ "中, 쿠바에 수십억 달러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美 "부정확한 내용, 모니터링하고 대응조치 취할 것"


지난해 11월 방중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왼쪽)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화/뉴시스

중국이 미국 앞마당인 쿠바에 미 군사정보 수집을 위한 스파이 기지를 건설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외교당국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일축했고, 미 백악관도 "보도가 부정확하다"고 부인했다. 중국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 사안에 정통한 미국 관리들은 중국과 쿠바가 미국의 움직임을 도청·감시하기 위한 스파이 기지를 건설하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비밀리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자금난에 처한 쿠바를 설득했고 스파이 기지를 건설하기로 원칙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스파이 기지 예정지나 실제 기지 건설에 착수했는지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CNN도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몇 주 사이 미국 당국이 쿠바와 중국 간 원칙적 합의가 이뤄진 사실을 인지했지만, 아직 감시시설 건설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쿠바는 미 플로리다주에서 약 100마일(약 160.9㎞)에 불과한 거리에 위치해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불린다. 쿠바에 스파이 기지가 들어선다면 중국 정보기관은 미 군사 기지가 몰려 있는 미 남동부 전역의 E메일, 전화통화, 위성통신을 비롯한 시긴트(SIGINT·신호정보)를 수집하고 미국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다. 또 주변을 오고가는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쿠바 외교부는 “완전한 거짓”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부 차관은 로이터통신에 “해당 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경제제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미국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미 주재 중국대사관은 “아는 바가 없어 논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부정확한 정보”라면서도 “중국이 서반구를 포함해 군사적 목적이 있을 수 있는 전 세계 인프라에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와 역내, 그리고 전 세계에서 우리의 모든 안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사안에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냉전시대였던 1962년 옛소련이 쿠바에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 한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고려하면 중국의 쿠바 스파이기지 건설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일 수 있다.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직전까지 위기가 고조되자 소련은 기지건설을 포기했다.


앞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겸 쿠바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해 11월 중국을 국빈방문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사회주의 진영국가들의 단결을 강조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도 중국 인근에서 군사·정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쿠바 스파이기지 건설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평화와 안정을 이유로 남중국해 상공과 대만해협에서 군사·정찰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CNN도 "미국이 쿠바 내 중국 스파이 시설 건설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쿠바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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