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최저가’...편의점업계, 고물가 속 가성비 정책 지속
입력 2023.05.26 07:27
수정 2023.05.26 07:27
과거 대형마트가 주도했지만 이젠 편의점이 주도
짠물소비‧짠테크 흐름 지속…상품 가격도 변화
편의점에서 장을 보고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먹거리 상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가 경쟁사 보다 10원이라도 더 저렴한 제품 가격을 내걸어 소비자를 유치하는데 속도를 붙였다면, 올해는 편의점이 이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고물가로 인해 10~30대 사이 소액이라도 아끼는 ‘짠물 소비’, 소액을 쪼개 투자하거나 생활비를 절약하는 ‘짠테크’ 흐름이 대두되면서 ‘가성비 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면서 업계도 변화의 흐름을 탔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자장면·칼국수·냉면·삼겹살 등 대표적인 8개 외식품목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지난달 같은 달보다 최고 16% 가량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자장면으로 지난해 같은 달 가격(5846원)보다 16.31% 상승했다.
하반기 물가 전망도 암울하다. 향후 1년 동안 물가 수준에 대한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석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공공요금이 들썩이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편의점업계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초저가 전략이 편의점으로 옮겨 붙은 이유는 다양하다. 편의점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방문 객수 증가가 가장 크다. 비싸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점차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판매처로 거듭나게 됐다.
편의점은 전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채널로 마음먹고 장을 보러 가야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24시간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근거리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편의점을 경험한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CU는 ‘득템시리즈’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CU가 초저가 신제품을 선보이기로 한 건 앞서 지난달 출시한 ‘피자득템’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출시 직후 냉동간편식으로는 이례적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득템시리즈뿐 아니라 10년 전 가격 콘셉트로 이달 선보인 1000원 짜리 ‘서민막걸리’도 반응이 좋다. 일반 제조사 상품보다 70% 낮은 가격을 내세운 이 제품은 최근 일주일(5월15~21일) 매출이 직전주보다 52.8% 증가하며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CU관계자는 “CU는 득템시리즈라는 초저가 PB 라인업을 갖고 있고 편의점에서 구매 빈도가 높은 즉석밥, 라면 등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냉장, 냉동, 비식품까지 그 범주를 넓히고 있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득템시리즈는 꾸준히 출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GS25도 가성비 제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 자회사 푸드 미디어 기업 쿠캣과 함께 반값 피자를 선보였다. 7인치 피자 두 판이 들어간 ‘ㅃ피자’다. 이 제품은 최근 배달 음식 가격과 배달비 상승으로 냉동 상품 수요가 부쩍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기획됐다.
세븐일레븐 역시 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Good People)’의 상품 품목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1000원짜리 ‘굿민실속순두부(350g)’를 출시했고, 지난해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굿민달걀 10입’ 상품은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15입으로 새롭게 구성해 판매 중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가공식품 위주의 구매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정육, 채소, 과일 등으로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있고, 구매협상력의 증가로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소싱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은 다양한 할인 수단도 갖추고 있어 알뜰 쇼핑이 가능한 채널이 됐다”며 “편의점이 초저가 상품에 공들이는 이유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질좋은 상품들을 선보여 대표 쇼핑 채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