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앞에 선 여자배구대표팀, 안탈리아서 깨어나나
입력 2023.05.23 14:28
수정 2023.05.23 21:08
지난해 ‘악몽’에 빠졌던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이 다시 큰 바위 앞에 섰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22일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떠났다.
현지에서 세자르 감독도 대표팀에 합류한다. 세자르 감독은 코치를 겸하고 있는 튀르키예 바키프방크 경기일정 탓에 입국하지 못했고, 대표팀은 한유미 코치 체제에서 훈련을 해왔다. 매일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해 감독과 소통한 한유미 코치는 연습경기 영상도 보내 세부적인 지시 사항들을 받고 훈련에 반영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뒤 세자르 감독이 가세한 대표팀은 VNL 1주차 대회가 열리는 안탈리아로 이동한다. 올해 VNL은 오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튀르키예-브라질-한국-일본-홍콩-태국 등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대표팀은 대회 역사상 첫 ‘승점0’의 치욕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이후 김연경(흥국생명)을 비롯해 김수지(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이 대거 은퇴한 뒤 박정아(페퍼저축은행)를 주장으로 세운 대표팀은 12전 전패를 당했다. 세계선수권대회서도 1승5패의 굴욕을 뒤집어썼다.
“굉장히 큰 바위가 앞에 놓여 있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겠지만 계속 밀다 보면 움직이게 될 것이다. 한 번 굴러가면 계속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더라도 대표팀을 위해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세자르 감독의 생각과 방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성적표는 배구 관계자들이나 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수 구성 면에서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전력 약화 속에서 다시 큰 바위 앞에 서게 된 대표팀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여전히 약체로 분류된다. 대표팀의 현재 FIVB 랭킹은 23위. 아시아에서도 중국(5위)-일본(6위)-태국(15위)에 이어 네 번째다. 당장 소화해야 할 일정도 만만치 않다. 대표팀은 다음달 1일 안탈리아에서 튀르키예와 첫 경기를 치른 뒤 캐나다(2일), 미국(3일), 태국(4일)을 상대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심리적으로 든든하다. ‘배구 레전드’ 한유미가 코치로 합류했고, ‘배구 여제’ 김연경은 어드바이저 역할을 한다.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세자르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둘의 합류는 대표팀에 큰 플러스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주장 박정아(페퍼저축은행)는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번 대표팀이 모인 첫 날 선수들과 '열심히 하자'고 했다. 모두들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어드바이저로 동행하는 김연경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쉽지만 김연경은 VNL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한다. 6월 초 귀국해 소속팀 흥국생명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VNL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세트를 따내 랭킹을 끌어 올리고,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예선 C조 경기에서 2위 안에 들어야 파리올림픽 본선 무대에 설 수 있다. 명예회복을 다짐한 대표팀이 지난해 악몽에서 깨어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