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비규환' 송영길 귀국 현장…"파이팅" vs "구속하라"
입력 2023.04.25 00:00
수정 2023.04.25 06:53
송영길 전 대표, 24일 인천공항 통해 급히 귀국
野 지지자 150명 운집…"영기리보이 힘내라"
與 지지자들도 다수 포진…"송영길 구속하라"
'돈봉투' 메시지 안 낸 宋 "檢, 나를 소환하라"
24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B입국장 앞엔 한 눈에 봐도 200명이 훌쩍 넘어 보이는 인파가 집결했다.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고 그저 지인을 마중 나온 이들의 눈에는 '특급 연예인'이라도 들어오는 것처럼 비쳤을 수도 있다. 그런 착각을 일으킬만큼 다수의 취재진들이 모인 지역은 보안통제라고 적힌 노란 줄로 분리가 됐고, 검은 옷을 차려 입은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지척에 깔리기도 했다.
하지만 B입국장을 통해 나오기로 한 주인공이 도착하기로 한 오후 3시가 조금 넘자 그곳에 모인 이들은 이곳에 모인 목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별도의 취재 공간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거나 여당인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튜버가 고성을 지르면서 싸움을 벌였다. 각자 더 좋은 위치에서 방송을 켜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 쪽에서는 "영기리보이(송영길 전 대표 별명) 힘내라"고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송영길을 구속하라"고 맞받다가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공항 측이 추산한 집결 인원은 총 300명. 70여 명의 기자와 60여 명의 유튜버를 제외한 약 170여 명은 모두 민주당 측 지지자였다.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였다. 송 전 대표가 지난 2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이날 오후 3시 5분(한국시각) 비행기로 입국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던 만큼, 송 전 대표의 결단을 응원하기 위해 온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믿는다 송영길!" "선당후사 송영길!"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송영길은 청렴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마스크를 쓰거나 파란 모자, 파란 티셔츠 등을 입어 자신이 지지자임을 드러냈다. 인천 계양구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57세 여성 전모 씨는 "우리는 송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봐온 사람"이라며 "검찰의 탄압이다. 이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도 보였다. 경기도 수원병을 지역구로 둔 재선 김영진 의원은 이날 공항을 찾아 "(송 전 대표와) 개인적 인연으로 왔다"고 말하며 송 전 대표를 기다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송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외에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송 전 대표의 4급 보좌관 출신인 문세종 인천시의원도 이날 공항에 함께 자리했다.
송 전 대표를 향해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자리한 여당 지지자들도 다수였다. 이들은 송 전 대표가 걸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에 서서 "인천시민께 사과하시오!"라는 빨간색 플래카드를 들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입국장 게이트를 노려보고 있기도 했다.
오후 3시 5분에 착륙하기로 한 비행기는 연착을 거듭해 3시 24분에야 멈춰섰다. 송 전 대표는 검역, 입국심사 등을 거친 뒤 3시 44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자켓을 입고 검은색 백팩 멘 송 전 대표의 손에는 빨간색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이 같은 송 전 대표의 모습이 나타나자 인천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송영길은 청렴하다" "기리보이 괜찮아!" 등을 외쳤고, 여당 지지자들은 "송영길 고개 숙여" "웃음이 나와" 등을 큰 소리로 질러댔다.
약간은 초췌한 모습으로 기자들 앞에 선 송 전 대표는 "송구스럽다"는 말부터 꺼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오후 4시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23일 오후 8시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날 곧장 귀국했다.
이어 '돈봉투 의혹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나'라는 질문엔 "파리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도착했으니까 상황을 좀 파악하겠다. 내가 모르는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나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내가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2일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 당시에도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던 기조를 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송 전 대표는 "검찰은 주위 사람들을 불러서 주변을 돌기보다는 오늘이라도 나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 송영길은 어떤 일이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말을 마치고 인천공항 5번 출구로 빠져나가는 송 전 대표의 뒤로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얽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경호원이 달라붙으며 송 전 대표를 에스코트 했고, 송 전 대표는 가까스로 준비된 하얀 승합차에 몸을 올려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