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총통, 미국 땅에서 매카시 하원의장 만났다
입력 2023.04.06 08:30
수정 2023.04.06 08:30
매카시 "미국의 훌륭한 친구"…차이 "정말 기쁘다"
1979년 양국 단교 이후 미국서 열린 최고위급 회동
中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다. 중국은 두 사람의 만남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앙아메리카(중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한 차이 총통은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미밸리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식 회동했다.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만남은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조건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한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원의장은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상원의장)에 이은 권력 서열 3위다.
이날 회동 장소에 먼저 도착한 매카시 의장은 다른 공화당 의원들과 차이 총통을 함께 영접하며 “차이 총리는 미국의 훌륭한 친구”라고 반갑게 맞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과 대만 국민들이 경제적 자유, 민주주의, 평화,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매카시의 환대에 캘리포니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며 “정말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는 대만인들에게 우리가 고립되지 않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해 준다"며 "대만 편에 선 미국 하원의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을 의식한 듯 "우리 민주주의는 전례없는 도전을 맞고 있다"며 "평화로운 현상 유지를 위한 대만의 약속을 재확인한다. 대만은 역내 안정의 초석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은 중국의 날선 경고 속에 이뤄졌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새벽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전날 이뤄진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본질적으로 미국과 대만이 서로 결탁하여 ‘대만 독립’ 세력이 미국에서 미국과 대만 간의 공식 교류를 수행하고, 경유를 가장해 미국과 대만 간의 실질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중국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의 핵심이며 양국 관계에서 처음으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면서 “미국과 대만 간의 심각한 ‘부당 공모’ 행위에 대응해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할 것”이라면서 무력시위를 시사했다.
대만 주변 해역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중국의 무력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5일 중국군 항모 산둥함 전단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스 해협을 통과한 뒤 대만 동남부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에서 항행 훈련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만을 마주 보고 있는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만해협의 북부와 중부에서 합동 순항·순찰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사국은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회동 장소 인근에선 친대만 시위대와 친중국 시위대가 함께 모여들었지만 충돌이나 큰 혼란은 없었다. 회동 장소에서도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작은 비행기 한 대가 ‘하나의 중국!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쓰인 현수막을 늘어뜨린 채 주변 상공을 날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이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 회의 참석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대만 고위 인사의 미 경유는 새로운 것이 아니고 차이 총통과 전임자 모두 (미국을) 경유한 바 있다”며, 대만 총통이 미 방문 시 미국측 인사와 면담한 것 역시 전례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함해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매우 일관되며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