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23일 '지하철 시위' 재개에…서울시 "주소만 서울로 옮기는 사례 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3.03.23 05:02
수정 2023.03.23 19:54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 조사, 시 추가 장애인활동지원 급여 받는 3475명 대상…계속 실시 방침"

"급여 적정성 점검하는 것, 특정 단체나 특정인 겨냥하지 않아…거주지 의심되는 경우 상당수 발견"

과거 기준 적용돼 계속 지원되거나 해당 사업 알지 못해 받지 못하기도…일제점검 필요성 제기

전장연, 표적수사 규정하고 조사 거부 및 23일 시위 재개 공표…"수급자 조사 전면 거부하라" 지령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영장 발부에 관해 입장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시의 장애인활동지원 조사는 표적 수사라며 23일부터 지하철 시위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서울시는 "이번 조사는 특정단체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수급자의 자격 관리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조사"라고 일축했다. 시는 특히 "서울형 지원을 받기 위해 주소만 서울시로 옮기는 등 의심 사례가 있어 조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3일부터 3주 간 서울시 추가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를 받고 있는 3,475명을 대상으로 장애인활동지원 급여 수급자의 급여 적정성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다”며 “특정 단체나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점검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는 중증장애인 개개인에게 일상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지원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을 제공하는 국비 지원 사업이다. 시는 국비와 별도로 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최대 월 350시간(월 544만9000원)에서 최소 월 100시간(월 155만7000원)의 활동지원급여를 서울 시민에게 추가로 제공하고 있었다.


시는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는 국비형과 서울시 예산이 별도로 투입되는 서울형이 있다”며 “서울형 지원을 받기 위해 주소만 서울시로 옮기는 등 의심 사례가 있어 예정대로 계속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중간점검 결과, 거주지가 의심되는 경우가 상당수 발견됐다. 일례로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서울인데도 지방에 있는 장애인활동지원 기관에서 지난 1년간 7885만원에 달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사례가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이용시간을 미뤄봤을 때 시에서 추가 급여를 받기 위해 실제로는 지방에 살면서 주소지만 서울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점검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활동지원기관을 통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수급자만 888명에 달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도로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재 지원 대상이 아닌데도 과거 기준이 적용돼 급여가 계속 지원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서울시 추가 급여 대상자이지만 해당 사업에 대해 알지 못해 적정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수급자도 있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급여를 적정하게 받지 못하는 수급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장애인활동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동시에 수급자 자격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돼 일제점검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는 이와 함께 '서울시가 설명 없이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조사를 받지 않으면 급여를 중단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는 전장연의 주장에 대해건 “사전에 점검 배경 등이 담긴 안내문을 통지했고 일부 자격이 변동될 수 있지만, 조사를 받지 않으면 급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전장연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3년마다 수급 자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연금공단의 조사는 국가형에 대해서만 진행되고 있고 서울시 등은 서울형 급여가 도입된 2007년 이후 한 번도 조사나 점검을 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시의 이 같은 방침을 '특정 단체를 염두에 둔 표적 수사'로 규정하고 여전히 조직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활동지원기관 175개 가운데 전장연 관련, 최소 18곳의 기관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장연이 시의 서울형 급여 수급자 조사를 전면 거부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연락을 받은 민원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장연은 서울시가 일제 점검을 멈추지 않으면 23일부터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재개와 관계없이 당초 계획대로 조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선전전을 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 사업 관리의 투명성 및 내실화를 위해 모든 대상자가 점검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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