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윳값 벌러 일 나간 사이 영아 숨져…법원 "국가도 책임 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02.27 11:05
수정 2023.02.27 11:08

사망 영아, 쿠션 얼굴 덮어 호흡 막혀 숨진 것으로 보여

재판부 "재정지원만으로 양육 가능한 경제적 토대 마련되지 않아"

"아들 사망 발생 원인엔 취약계층 보호하지 못한 사회 책임 있어"

"범행 결과로 피고인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 타당하지 않아"

법원ⓒ데일리안 DB

엄마가 분윳값을 벌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생후 8개월 영아가 숨진 데 대해 법원이 엄마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천지원 형사1부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30대)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집을 나서면서 생후 8개월 B 군의 가슴 위에 쿠션을 올려놓고 젖병을 고정했다. B 군은 엄마가 집을 비운 지 2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쿠션이 얼굴을 덮어 호흡이 막혀 숨진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미혼모로 B 군을 혼자 양육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B 군을 임신한 이후 가족들과 관계도 단절된 채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아동양육비 등 137만원으로 생활했다. 2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의 비용이다.


A 씨는 양육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에 종사한 것으로 보인다. B 군의 사망도 A 씨가 성매매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발생했다.


대구지법은 "헌법에 따라 모성보호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면서 "하지만 기초생계급여 등 일부 재정지원만으로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B군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아들의 사망)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판시했다.


B 군은 발견당시 외상 등 학대의 흔적이 없었고 발육상태도 비교적 양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려운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갖고 피해자를 보호 양육해왔다"면서 "단지 범행의 결과로 피고인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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