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그만? NO"... '맛있게 보다' 식공간 연출이란 [ASK TO:]
입력 2023.02.26 16:37
수정 2023.02.26 16:45
변선희·박원규 부부가 함께 운영... "남편은 사진, 저는 연출"
식공간 연출가 푸드스타일리스트, '미각보다 시각 먼저'
"한번 드셔보세요. 그렇게 맛이 있진 않을 걸요?"
푸드스타일리스트 변선희씨는 '끝나고 남은 음식은 먹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다믈스튜디오에는 접시 종류도 빼곡하지만 촬영 장비도 그만큼 있었다. 음식보다 촬영 스튜디오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식공간 연출가라는 표현을 주는 듯한 분위기. 식재료 준비보다 촬영 준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했다.
다믈스튜디오 일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촬영한다. 야근도 비일비재하다. 촬영과정에서 음식이 식기도 하고 가끔 고정을 위해 지우개나 본드를 묻힐 때도 있다. 스튜디오 내에서는 음식이 먹기 위한 것이 아닌 촬영 소품이다. 맛과는 별개로 식공간 연출에 모든 걸 투자한다.
■ 부부가 함께 운영... "남편은 사진, 저는 연출"
처음에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변선희 박원규 부부는 처음 티몬스튜디오에서 일하다 만났다. 그러다 오후 7시에 일과가 끝나면 12시까지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이 데이트가 됐다. 서로 맞추면서 일을 하다보니 결혼부터 스튜디오를 차리기까지 24시간을 함께하게 됐다.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촬영 작가가 같은 팀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파트너십으로 스타일리스트아니면 포토그래퍼끼리 하시는 분들은 있지만 따로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편이랑 같이 하다보니까 장점은 스튜디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해결할 수도 있고 의견 수렴이 편한데... 단점은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싸웠을 때(?)도 계속 봐야하는게 단점인 것 같아요"
변씨는 웃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부부는 각자 분야에서 스타일링과 톤에 대한 고집이 있었다. 점차 의견을 수렴하면서 장점만 갖다보니 클라이언트도 한달 사이 스케쥴이 빡빡하다. 이제는 일에 대해서 전혀 싸울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인터뷰가 끝나는대로 다시 업무를 할 계획이라했다.
■ 푸드스타일리스트에 대한 오해?, 미각보다 시각이 더 중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요리를 못한다면 문제가 될까. 그렇지 않다. 각종 SNS나 미디어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다채롭게 보이는 것이 본연 역할이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음식 소품 또한 그렇다. 식공간을 연출한다는 표현이 가깝다. 변씨는 클라이언트 요청을 듣고 연출을 하는데 난감한 상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에 밀폐용기 촬영을 하는데 전시를 하는 사진이었어요. 요청이 '밀폐용기 안에는 자연이 숨 쉬고, 밖에는 황폐한 지구의 밀폐용기 안에서만 숨을 쉰다'는 컨셉이 처음에는 난해했지만, 밀폐용기 밖에는 흙 같은 걸로 황무지한 컨셉으로 연출도 하고 했죠. 어쨌든 합성 없이 프로젝트를 성공한 기억이 있어요"
색다른 공간을 연출한다. 공간을 접하는 사람들은 기억을 통해 맛을 떠올리게 된다. 변씨는 식공간을 넘어 색다른 공간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 식공간 연출... "공간을 담다"
미각과 후각은 예민하다. 맛은 잊혀지기 쉽다. 그래서 맛집을 다시 찾는다. 공간은 기록하면 남는다. 어떤 음식이 있었는지 그 날 있었던 분위기와 시간을 기억하게 된다.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 질문은 맛을 묻는 것이 아닌 '작품 연출의도가 무엇인가'라 묻는 것이 맞다. 이후 그에게 푸드스타일리스트를 15년 가까이 하면서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는게 뭔지 물었다.
"체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크게 영감을 얻는다기 보다 열정 하나로 15년 가까이 버텨온 것 같은데 어느 분야건 10년 15년을 해야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다양한 취미활동도 하고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해서 그런 부분에서 좀 더 배우고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