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조원짜리 해운산업 탈탄소화, 초기 전략이 성패 가른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02.14 18:01 수정 2023.02.14 18:01

IMO 2050년까지 온실가스 100% 감축

친환경 선박 전환 등 경제효과 158조원

정부, 국제해운 탈탄소화로 시장 선점

정부가 국제해운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부산항에 입항한 MSC INGY호 모습. ⓒ뉴시스

국제해사기구(IMO)가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면서 탄소 부담금 등 경제적 규제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애초 오는 2050년까지 50% 줄이기로 했던 계획을 100%까지 확대함에 따라 우리 해운업계도 관련 산업에서 선도자가 되기 위해 탈(脫)탄소화 작업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진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IMO는 오는 7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50년까지 100%로 높일 예정이다. 종전에는 온실가스를 2008년 대비 절반(50%) 줄이는 걸 목표로 했는데, 이를 상향하는 것이다. 동시에 탄소 부담금 등 경제 규제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IMO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세계 해운산업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상반기부터 독자적인 탄소 부담금 제도를 도입해 해운 분야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탈탄소 규제라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해운업계에도 이미 친환경은 대세가 되고 있다. 머스크나 MSC와 같은 대형선사들이 새로 사들이는 배는 대부분 친환경 선박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새로 건조 중인 배 가운데 71%가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등을 원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이다.


EU와 대형선사들에서 보듯 IMO의 탈탄소 속도전은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온실가스 감축 압박은 세계가 같은 만큼 누가 먼저, 빨리 대응하느냐의 싸움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친환경 선박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158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158조원 규모 친환경 해운산업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해수부는 이러한 해운산업 변화에 맞춰 14일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송상근 해수부 차관은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변화시켜줄 핵심 국가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송 차관은 “강화하는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과 연료 전환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친환경 해운으로의 과감한 전환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구체적으로 ▲친환경 선대 전환 ▲해운선사 적기 투자 지원 ▲친환경 기술 개발, 미래 연료 인프라 확충 ▲무탄소 항로 구축 및 국제협력 등 4대 추진전략을 내놓았다.


먼저 국제 규제 대상인 5000t 이상 국적선을 대상으로 친환경 선박 전환에 나선다. 2030년까지 미주와 유럽으로 운항하는 정기 국적선 60%를 우선 친환경 선박으로 바꾼다. 이후 2050년까지 867척 선대 모두를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선박 개조가 불가능한 경우 고효율 발전기 같은 친환경 기자재 탑재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낮춘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14일 정부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친환경 선박이 기존 선박보다 건조 비용이 30% 더 비싼 만큼 보조금 지원을 확대한다. 정부 보조금과 함께 4조5000억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대출도 늘릴 방침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중소선사를 위해 HMM 정부 배당금을 활용, 최대 1조원 규모 펀드도 신설한다.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특별보증을 하고 공공 선주가 친환경 선박을 건조해 중소선사에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2500억원 규모 국책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LNG·하이브리드 등 저탄소 기술을 국산화하고 암모니아 추진설비, 수소연료전지 등 무탄소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와 공동으로 바이오 연료 통합 기술개발을 통해 선박용 연료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연료 공급·저장 시설도 확충한다.


미국과 지난해 함께하기로 한 무탄소 항로 구축도 속도를 높인다.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유엔기후협약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 미국화 함께 ‘그린쉬핑챌린지(Green Shipping Challenge)’를 선언했다.


그린쉬핑챌린지는 항로를 오가는 선박 전체를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저탄소 또는 무탄소 선박으로 전환하고 벙커링(연료공급) 등 기반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부터 그린쉬핑챌린지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해수부는 무탄소 항로 운영과 실증을 통해 한국형 친환경 해상운송 모델을 만들고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해수부는 앞으로 해운·조선 업계 전문경영인(CEO)과 장관급 협의체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 성공을 위해 민간과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송 차관은 “2030년까지 친환경 선대 전환에 민·관 합계 약 8조원의 투자를 예상한다”며 “이는 조선·기자재 등 국내 연관 산업에 1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2050년까지 전체 외항 선대를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는 로드맵을 통해 최대 158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겠다”며 “대한민국이 탄소중립 시대 1등 해운 국가로 도약하고 해운·조선 산업 동반 성장으로 수출·경제 발전을 굳건하게 뒷받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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