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물어보니 107] "압송 금고지기, 김성태 가족공동체…이재명 편들 이유 없어"
입력 2023.02.09 05:28
수정 2023.02.09 07:03
'김성태 매제' 김 모씨,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역임…'금고지기' 역할 수행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포함 자금흐름 파악 위한 '키맨'…이르면 9일 한국행
법조계 "김 씨, 김성태 공범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검찰조사 협조 가능성 커"
"김 씨 진술 더해지면 김성태 기존 진술도 신빙성 더 얻을 듯…이재명 측 의견에 동조 않을 것"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해외도피 중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붙잡힌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가 이번 주 국내로 압송될 전망이다. 김 씨는 김 전 회장의 매제로, 쌍방울그룹의 자금흐름을 총괄하는 '금고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과 가족·경제공동체인 김 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하게 진술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검찰 조사에서 제기된 혐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선처를 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쌍방울 측은 지난 7일 태국에서 송환거부 소송을 진행하던 김 씨가 항소를 포기하고 귀국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태국 파타야 지방법원은 이날 김 씨에게 불법체류 혐의로 벌금 4천 밧(한화 약 15만원)을 선고했는데, 그는 선고 직후 항소 포기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민국 구금센터로 이송된 김 씨는 이르면 오는 9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쌍방울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김 씨가 한국 국적기에 오르는 즉시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할 계획이다. 김 씨는 쌍방울 계열사의 전환사채(CB) 발행 전반을 설계하고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역시 지난달 17일 국내송환 당시 "자금 형성 설계와 운영은 재경총괄본부장이 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쌍방울의 횡령·배임 및 대북송금 의혹에 사용된 자금흐름 추적을 위한 '키맨'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귀국을 선택한 김 씨가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김 씨가 김 전 회장의 매제라는 점, 그동안 쌍방울 및 김 전 회장 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김 전 회장을 따라 (조사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는 김 전 회장과 가족공동체·경제공동체로, 김 전 회장 진술을 부인하고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김 전 회장 공범이 될지, 이 대표 공범이 될지 생각해보면 김 전 회장 공범으로 처벌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 같다"며 "(조사에) 협조해야 김 전 회장 감형에도 유리할 것이다. 굳이 허위진술이나 범죄은닉, 묵비권은 행사하지 않을 듯하다"고 관측했다.
이헌 변호사(홍익 법무법인) 역시 "김 전 회장과 같이 협조하는 태도일 것"이라며 "범행 시인과 수사 협조로 검찰 수사와 구형 및 법원 판결에 도움을 받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도 "김 씨 역시 김 전 회장과 비슷한 취지로 진술하지 않을까 한다"며 "우선 금고지기를 담당했다는 자체가 김 전 회장이 그만큼 신뢰했다는 말이고, 김 전 회장 측에서 구속된 이후에도 간접적으로 김 씨에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 진술이 더해지면 김 전 회장의 기존 진술도 더 신빙성을 얻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김 씨와 김 전 회장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 씨가 이재명 대표 측 의견에 동조할지는 모르겠다"며 "사이가 좋은지, 나쁜 지를 떠나 본인 역시 쌍방울 측의 이익에 따라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김 씨도 자기가 살 길을 찾아야 하는데, 계속 태국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고 혐의가 자기에게 몰리면 불리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결국에는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데, 몽땅 뒤집어쓸 수는 없으니까 차라리 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선처를 구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