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패싸움보다 복잡"…정우택, 조훈현과의 설 특집 대국서 승리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1.22 19:25
수정 2023.01.25 14:12

鄭, 석 점 접바둑에서 흑으로 5집승

"하루하루 삶은 미생이지만 완생을

향해 가는게 인생…의장단 일원으로

소통·협상 통한 합의에 역할하겠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22일 바둑TV를 통해 중계된 설 특집 명사초청 대국에 앞서 조훈현 九단과 나란히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조 九단, 정우택 부의장, 양상국 九단, 한해원 三단이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바둑황제' 조훈현 국수와의 설 특집 대국에서 승리를 거뒀다. 김태호 외교통일위원장은 '신산'(神算) 이창호 국수와 대국을 가지며, 사석 작전을 예로 들어 우리 정치가 눈앞의 이득에만 골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정우택 부의장은 22일 오전 바둑TV를 통해 중계된 설 특집 '명사초청 담담담' 대국에서 조훈현 국수를 상대로 석 점 접바둑을 두면서 흑으로 5집을 남겼다.


초반 포석에서 정 부의장은 우변으로 갈라치기를 들어온 백 한 점이 세 칸을 벌리자 그 가운데로 뛰어드는 등 '바둑황제'라 불린 조 국수를 상대로 적극적인 접전을 시도했다. 이후 반상 전반에 걸친 난타전 끝에 좌상귀의 곤마가 두 눈을 내고 사는 등 잘 수습되면서 흑 5집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정우택 부의장과 특집 대국을 가진 조훈현 국수는 국수·명인·기성 등 주요 타이틀전을 160회나 우승한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으로, 모든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하는 '전관왕'(천하통일)을 세 차례나 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에는 원유철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의 추천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한 차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 조 국수와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정 부의장은 이날 대국에 앞서 "(조훈현) 국수께서 당선돼 (국회에) 들어온지 여섯 달 뒤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터지면서 정국이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흘러갔다"며 "국수께서 '정치가 싸움패(패싸움)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고 회상해, 조 국수는 물론 해설자 양상국 九단 등 배석자 사이에서 일제히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의 복잡기괴함이 '천변만화'(千變萬化)라는 바둑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정 부의장은 대국을 마친 뒤, 국회의장단의 일원으로서 정국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우택 부의장은 "개인의 하루하루의 삶은 미생이지만 완생을 향해 가는 게 인생"이라며 "국회의장단의 구성원으로서 흑돌과 백돌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타협과 합의가 나오는 것처럼 (국회도) 소통과 협상을 통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호 외통위원장은 이창호와 대국
'신산' 상대로 계가까지 가는 접전 펼쳐
"바둑에 '사석 작전'이라는 게 있듯이
외교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것'"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설을 맞이해 이창호 九단과 명사초청 특집 대국을 가졌다. ⓒ김태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

한편 앞서 전날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3선 김태호 의원이 바둑계의 또다른 '살아있는 전설'인 이창호 국수와 가진 설 특집 대국이 방송됐다.


김태호 위원장은 21일 오전 바둑TV를 통해 중계된 설 특집 대국에서 세계대회 21회 우승에 빛나는 '신산' 이창호 국수와 석 점 접바둑을 두면서 계가까지 가는 초접전 끝에 9집을 졌다(백 9집 승).


아마 5단의 기력인 김 위원장은 21대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최강의 기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바둑TV의 '명사초청' 설 특집 대국의 최우선 섭외를 받은 김 위원장은 "비정치적이라 더욱 좋다"며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호 국수와의 설 특집 대국에 앞서 김 위원장도 △바둑을 두게 된 계기 △최연소 민선 경남도지사를 지낼 때, 바둑으로 인해 도정에 도움이 됐던 사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외교와 바둑과의 관계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바둑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 동아시아문화권에서는 의원들이 기우회(棋友會)를 통해 교류를 갖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회의원들은 지난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국회 사랑재에서 기념 대국을 가졌으며, 지난 2018년에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한중일 3국 의원의 친선바둑 교류전이 열리기도 했다. 향후 김 위원장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무대다.


김태호 위원장은 이 국수와의 설 특집 대국을 마친 뒤 "바둑에 사석 작전이라는 게 있듯이, 외교라는 것도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정치는 이와는 거리가 멀고, 다 자기 것만 챙기려는 구조라 국민들께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소통과 타협, 화합과 통합의 정치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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