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김기현의 불길한 장제원 리스크
입력 2023.01.18 04:04
수정 2023.01.18 09:08
김기현-나경원 대결이 ‘나경원 대 장제원’으로 진화
이준석, 유승민이 나경원 편 되는 코미디도
도 넘은 장제원, 원색적 인신공격 내부 총질
張, ‘윤석열의 차지철’ 경고까지 나와
지지율이 상승 중인 김기현이 기득(旣得) 당심을 상실 중인 나경원에게 결선에서 재역전패한다면, 그 석패(惜敗)의 일등공신은 장제원이 될 것이다.
장제원이 지금 벌이고 있는 불필요한 소란, 구경꾼들을 의아하게 하는, 인신공격성 원색적 비난과 비유는 그 자신은 말할 것 없고 그의 주군(主君) 윤석열의 얼굴을 깎아내리는 짓이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가 문재인과 이재명을 향해 그처럼 신랄하게 공격한 적이 있는가? 보수우파 사람들의 기억에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이준석, 유승민과 동류(同類)다. 내부 총질에만 유난히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그런 사람이 나경원 보고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기 바란다”라고 했다. 적반하장이다. 그녀에게 반윤(反尹) 우두머리라는 딱지도 붙인다.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과 대선 후보 지원에 앞장선 사람이 어떻게 반윤이 될 수 있는가?
“고독한 척하는, 외로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 신파극이다. 고민이 길어진다는 둥 사색을 더 하겠다는 둥 간 보기 정치가 민망할 따름이다. 도대체 왜 당내 한 줌 남은 반윤 세력들이 앞 다퉈 나 전 의원을 미화하고 찬양하고 나섰을까?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 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는 그녀가 느닷없이 민주 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 선언을 기대해 본다.”
화려한 말솜씨다. 그러나 선택한 어휘와 표현들이 하나같이 배배 꼬여 있는 게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그의 독설(毒說) 문장 특징이다. 장제원이 반문한 ‘한 줌 남은 반윤 세력들의 나 전 의원 미화, 찬양’은 사실과도 다르다. 이준석과 유승민이 나경원을 미화하고 찬양한 게 아니고, 장제원과 윤석열을 흠집 내기 위해 그녀를 옹호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어쨌거나 두 ‘반윤’이 나경원 편에 붙어 버린 게 이번 국민의힘 내분의 상징적 장면이자 최대 코미디다. 그녀가 그들의 도움을 받을 이유가 없는데(득보다 실이 크고 명분에도 안 맞다), 둘의 짝사랑을 받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이 코미디를 유발한 장본인은 바로 천방지축 장제원 자신이다.
배현진이 이런 사태 전개에 관심을 크게 보이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영화 제목 ‘나 홀로 집에’를 차용해 ‘羅(나경원) 홀로 집에’라고 꼬집은 뉴스까지 나와서 안타깝다고 하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두 갈래였다. 유승민·이준석 지지자들과 민주당 권리당원들! 나 전 의원이 참도 반기겠다. 그녀가 우리 당 소중한 자산인데 어쩌다가 저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지 본인도 난감하지 않겠나? 이간질하고 싶거든 기술적으로라도 자중하라.”
나경원은 원치 않는 이준석, 유승민을 원군으로 보낸 장제원에게 새누리당이 친박-비박 갈등과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패배할 때 운위됐던 ‘진박(眞朴, 진짜 친박근혜) 감별사’란 직업명을 부여했다.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
장제원에게는 윤심(尹心)이 김기현이라는 걸 외치는데도 나경원이 당 대표 출마 의지를 접지 않는 것이 반윤 그 자체다. 맹목적 광신도 ‘윤빠’들도 이제 그를 따라 그녀에게 반윤이란 칭호를 당연하다는 듯 달고 있다.
이재명이 장탄식을 할 일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여서다. 나오고 싶으면 다 나올 수 있어야 민주주의고 공정일진대, 장제원은 윤심을 팔며 유력 주자를 그 험악한 입으로 주저앉히려 한다. 그 주자는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였다. 이해할 수 없는 집권 보수 정당의 자멸적 분열 재발이다.
‘헛발질’은 나경원이 아니고 장제원의 행동 아닌가? 당원 투표 100%와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가만히 놔두면 누가 되어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을 이끌게 될 텐데, 내부 총질을 난사하며 지지자들의 걱정을 높인다.
이러다가는 김기현-나경원 2파전이 나경원 대 장제원 선거로 진화하게 생겼다. 장제원은 나경원의 퇴로를 막아 도리어 출마 길을 터 줬고, 나경원은 윤석열은 깍듯이 모시며 장제원을 ‘주적’으로 삼는 전략으로 나설 태세다.
열성 보수우파들은 대통령의 뜻에 반하면서까지 한사코 당 대표가 되려고 하는 나경원에게도 반감과 아쉬움을 보내지만, 대통령 뜻이라며 칼춤을 추는 다혈질 장제원에게도 혀를 차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의 이마에는 이미 ‘윤석열의 차지철’이라는 불길한 딱지도 붙여졌다.
윤석열에게 장제원은 분명히 리스크다. 그 거친 입이 자기 지지율을 깎아먹고(벌써 하락 중이다) 끝내 위기에 빠뜨리게 될 수도 있다. 장제원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 때 저지른 인사 실패를 잊었나? 서초동 집에서 ‘한 끼 라면 2개 식욕 궁합’으로 맺어졌다는 관계를 멀리해야 할 때가 됐다.
김기현 역시 정신 차려야 한다. 저런 장제원 덕에 당 대표가 되어서도 위험하고, 당 대표가 되기도 어렵다. 장제원이 옹립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누가 쥐게(최소한 반반이라도) 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김기현은 장제원 도움 없이도 능히 당선될 수 있는 인품과 도덕성, 실력을 갖춘 보수우파의 큰 자산이다. 이 점에서는 나경원도 마찬가지다.
‘김장(金張) 연대’ 같은 유치한 슬로건에 취하지 말고 당당하게, 윤석열 표 공정으로, 승부를 걸면 이기든 지든 김기현, 그리고 나아가 윤석열은 지지자들의 큰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이 평범한 진리를 언제 깨닫고 방향을 바꾸느냐가 관건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