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한 번 하려면 전화통 불나요” 외식업계, 사전 동의 의무 ‘난감’
입력 2023.01.12 06:03
수정 2023.01.12 06:03
광고 50%, 판촉 70% 이상 가맹점주 동의 얻어야
가맹점 수백~수천개, 시간‧인력 부담 커
동의 얻다가 트렌드 놓칠까 우려도
작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가맹사업법으로 인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가맹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 시 사전에 이들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인데 가맹점이 수천개에 달하는 경우 동의를 받는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에 대한 부담이 큰 탓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7월5일부터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 시행령에는 가맹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나 판촉행사를 실시할 경우 가맹본부는 사전에 약정을 체결하거나, 약정 체결이 곤란한 경우 가맹점주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한 내용이 포함됐다. 광고는 점주의 50% 이상, 판촉행사는 7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과거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가맹점 동의 없이 광고나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해당 비용을 점주들에게 떠넘기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를 얻어 부당하게 비용을 청구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천개에 달하는 가맹점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시간과 인력 등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외식 가맹본부 한 관계자는 “광고 사전 동의를 받기 위해 공문 형태로 동의서를 작성해 가맹점에 돌렸는데 관련 전화문의가 본사로 쏟아져 업무를 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몰렸다”면서 “점주들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보니 궁금한 점이나 문의가 많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광고나 판촉 때 마다 이렇게 되면 정말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외식업종의 경우 커피, 치킨, 베이커리 등 가맹점이 수백에서 수천개에 달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많다 보니 사전 동의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에는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문서, 내용증명우편, 전자우편, 인터넷 홈페이지, 어플리케이션, 판매시점 관리 시스템(POS)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점주의 연령대나 지식수준 등이 서로 다르다보니 공문에 들어가는 문구조차 쉽게 통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가맹점주에 맞춰 각기 다른 방법으로 동의를 얻기에는 가맹본부의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탓이다.
치킨업계 유일한 상장사인 교촌치킨의 경우 13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본사 근무 직원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351명 수준이다. 규모가 작은 가맹본부의 경우 10명 미만인 곳도 수두룩하다.
외식의 경우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다 보니 유행이 바뀌는 속도가 빠른데 사전 동의를 기다리다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직영점으로만 이뤄진 브랜드의 경우 본사 결정에 따라 빠르게 광고나 판촉에 나설 수 있다보니 가맹점이 많은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사전 동의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도 가맹점이 많은 가맹본부가 더 크게 받는다.
법을 어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관련 가맹점 사업자의 수나 가맹본부의 규모를 고려해 정한다. 가맹점이 많고 가맹본부의 규모가 클수록 과징금도 커지는 구조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법안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현장에서 겪는 문제점이 많다”면서 “재정적 여유만 되면 광고나 판촉을 본사 모두 부담하는 식으로 하고 싶다는 가맹본부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뭘 한 번 하려면 비용부터 동의 받는 일까지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다”며 “이런 부담이 광고나 판촉을 줄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브랜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