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절반의 성공, 벤투호 앞에 놓인 ‘뻥축구’ 딜레마
입력 2022.11.29 15:42
수정 2022.11.29 15:44
빌드업 축구로 점유율 높이는데 성공했으나 골 결정력 부재
이강인 투입 후 공격 살아나는 모습, 롱 볼 플레이가 효과적
전술의 실패인가? 벤투 감독이 4년 내내 고집했던 ‘빌드업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별리그 2경기를 치른 벤투호는 우루과이와 0-0 무승부, 가나전에서 2-3으로 패하며 1무 1패(승점 1)로 H조 3위에 위치해 탈락 위기에 몰려있다. 다가올 포르투갈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목표했던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벤투호다.
경기력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벤투호는 1~2차전 내내 상대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앞서나가며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벤투 감독이 지난 4년간 한국 대표팀에 주입시킨 빌드업 축구의 효과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문제는 주도권만 가져왔지 정작 중요한 득점은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의 주된 패턴은 이랬다. 볼을 소유한다 → 후방에서부터 숏패스 위주로 전진해 나간다 → 중원 힘 싸움을 패스플레이로 이겨낸 대표팀은 공격 최전방으로 공을 보낸다 → 차단당하거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다라는 식이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한 빌드업 축구는 어느 정도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마지막 키 패스를 보낼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다보니 최전방 공격수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유효 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우루과이전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같은 고민을 해결해줄 답은 최근 라리가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던 이강인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수비 가담과 활동량이 자신의 전술 색깔과 맞지 않았다고 판단, 중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부터 이강인을 내세워 이른바 ‘뻥축구’라 불리는 롱볼 플레이를 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2경기 내내 이강인이 교체 투입된 뒤 대표팀의 공격 속도는 빨라졌고 공간 곳곳을 활용하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지난 가나전에서 이강인이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조규성의 첫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것도 이와 궤를 함께 한다.
가나전 레드카드로 인해 포르투갈전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는 벤투 감독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추구해온 빌드업 축구로는 골을 만들어내기가 어렵고 롱볼 플레이가 보다 효과적인 것이 2경기 결과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도 패스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며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과를 인정받으려면 결과물을 내야만 한다. 과연 포르투갈전에서는 어떤 전술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