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 독일 깨고 일본 깨운 모리야스 용병술...벤투 감독은?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11.24 01:18
수정 2022.11.24 09:59

일본 모리야스 감독, 후반 교체 카드 꺼내들며 2-1 역전승 견인

풀리지 않을 때 고집했던 선수와 전술 뒤로하고 재빨리 변화 꾀해

황희찬 결장 등 돌발상황 대처할 벤투 감독 능력에 기대와 걱정 교차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역전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용병술이 독일을 깨고 일본 열도를 깨웠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2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피파랭킹 11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아르헨티나를 꺾은 사우디아라비아 못지않은 ‘대이변’을 일으킨 일본은 ‘죽음의 조’ 첫 경기에서 승점3을 챙기는 또 다른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독일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에 0-2 완패했던 굴욕사에 이어 카타르월드컵에서도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우승후보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독일 축구의 위상은 크게 꺾였다.


독일-스페인-코스타리카와 함께 ‘죽음의 조’에 빠진 일본(피파랭킹 24위)은 독일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는 상상 이상의 출발을 알렸다.


전반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결과다. 독일의 일방적인 공격을 막기 급급했던 일본은 전반 30분 귄도안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줬다. 0-1 끌려가던 일본은 독일에 8개 슈팅을 내주는 동안 2개의 슈팅에 그쳤다. 점유율도 19%에 머물 만큼 독일 앞에서 굴욕적인 경기를 펼쳤다.


후반 들어 일본은 확 달라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구보를 빼고 도미야스를 투입한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0-1 뒤진 상황에서 수비를 더 두껍게 했다.


23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역전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수비에 더 무게를 두면서 기회를 노리겠다”는 모리야스 감독의 계획은 적중했다. 후반 12분에는 미토마 가오루와 아사노 다쿠마를, 후반 26분과 30분에는 도안 리쓰, 미나미노 다쿠미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하면서 흐름을 일본 쪽으로 끌고 왔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분위기를 바꾸면서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 20% 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 15분 이후부터는 일본이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30분에는 미나미노 슈팅이 GK 노이어 선방에 막혀 흐른 것을 도안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의 합작품이다.


1-1 맞선 일본은 팬들의 뜨거운 응원까지 등에 업고 독일을 더 압박했다. 당황한 독일은 전진은커녕 일본 공세에 밀려 자기진영 박스 지키기에 바빴다. 일본은 공세의 수위를 높이며 독일을 더 몰아붙였다. 그리고 짜릿한 역전골까지 만들었다. 후반 38분 아사노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노이어가 버틴 골문을 뚫었다. 역시 교체 투입된 선수다.


1년 전만 해도 경질 압박에 시달렸던 모리야스 감독이 꺼낸 과감한 교체 카드가 적중한 한판이다. 모리야스의 신속한 상황 대응력은 독일을 깼다. 월드컵 역사에 남을 결과를 만들며 모리야스 감독에게 냉소적인 반응이 우세했던 열도의 분위기도 바꿔놓았다. 일본 축구팬들은 짜릿한 역전승을 맛본 뒤 “월드컵에서 역전승은 처음이다. 모리야스 감독 덕분에 우리도 무관심과 침묵에서 깨어났다”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트레블을 일군 한지 플릭 감독은 모리야스 감독에 비해 역할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듣게 됐다. 경기 전, 아니 전반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제 한국 차례다. 사우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우루과이와 격돌한다. 사우디도 아르헨티나를 이겼고, 일본은 독일을 꺾었다. 한국도 우루과이를 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루과이가 아르헨티나, 독일을 앞서는 전력은 아니다.


벤투호는 손흥민이 마스크를 쓰고 출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중요한 공격 자원 황희찬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한다.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황의조도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침체에 빠졌다. 벤투호가 자랑했던 ‘삼각편대’를 구축할 수 없게 됐다. 벤투 감독은 당장 경기를 하루 앞두고 많은 변화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받는 벤투 감독도 모리야스 감독처럼 융통성을 발휘해 흐름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평소와 달리 아니다 싶을 때, 고집을 버리고 과감하게 변화를 꾀하며 대응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일본-독일전 결과를 지켜본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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