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㊲] ‘도둑잡기’ 장용민 PD, ‘날 것’의 매력과 만난 추리 예능
입력 2022.11.20 14:01
수정 2022.11.20 14:01
“유튜버 분들, 생각보다 깊게 몰입…‘찐’(진짜) 반응 잘 살리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
“콘텐츠 다양성 높아져…특정 장르보다는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을 하면서 쌓아나가고 싶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왓챠 오리지널 ‘도둑잡기’는 오페이홀딩스 기업의 숨겨진 비자금을 찾기 위한 상속자와 도둑들의 쫓고 쫓기는 한탕 작전을 그리는 콘텐츠다. 가상의 세계 안에서 미션 수행을 위해 분투하는 출연자들을 통해 한 편의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는 추리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장용민 PD는 앞서 tvN ‘신서유기’, ‘대탈출’, ‘현지에서 먹힐까’, ‘여고추리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연출진으로 참여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그중 ‘대탈출’, ‘여고추리반’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재미를 바탕 삼아, 왓챠 오리지널 추리 예능으로 첫 메인 연출을 맡게 됐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했었다. 특히 추리 예능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대탈출’ 시리즈는 나도 워낙 재밌게 봤었고, ‘여고추리반’도 즐겁게 했다. 서사 구조가 갖춰진 콘텐츠를 해보고 싶었다.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먼저 만든 뒤 소설처럼 덧붙여 가며 써나갔다. 앞 사건과 뒷 사건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면서 살을 붙여나간 것 같다”
물론 추리 예능의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도 없지는 않았다. 장 PD는 연예인 또는 셀럽이 아닌, 유튜버로 출연진을 구성하며 기존의 추리 예능과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 여기에 즐겨 봤던 케이퍼 무비에서 착안, 그들에게 특기·무기 등을 부여해 이를 추격에 활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추리의 풍성함을 더하기도 했다.
“웹예능 ‘머니게임’을 너무 재밌게 봤었다. 보통은 출연자가 프로그램 속 세계관의 일반인처럼 나오는데,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유튜버들의 특성을 살리려고 했다. 그러다가 생각을 한 것이 케이퍼 무비를 보면, 개개인 별로 특기 같은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부여하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킹, 천재이승국, 김준표, 퓨어디 등 다양한 분야의 유튜버들이 출연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재미들이 나오기도 했다. 방송이 익숙한 이들도 물론 있었지만, 리얼 예능은 낯설었던 출연자들이 세계관에 깊게 몰입하면서 한층 흥미진진한 대결이 이어질 수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날 것’의 재미가 ‘도둑잡기’만의 매력이 된 셈이다.
“유튜버 분들과 일한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과는 다른 부분들도 좀 있었다. ‘이렇게까지 과몰입을 하신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있었다. 진짜 도둑이 된 것처럼 도망을 치셔서 볼 때 놀랐었다. 나중에 여쭤보니 본인도 놀라셨다고 하시더라. 이러한 출연자들의 ‘찐’(진짜) 반응을 잘 살리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감한 장소 구성도 ‘도둑잡기’만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가 됐다. 잘 구성된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주로 촬영이 진행됐던 ‘도둑잡기’. 이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오히려 ‘리얼리티’는 살아날 수 있었던 것. 몸을 사리지 않는 유튜버들의 추격 과정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왓챠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우리는 오픈 월드로 지역을 오가며 촬영을 했다. 세트장에서 촬영을 하면 카메라도 숨기면서 몰입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런 부분에선 그렇게까지 하기가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재미도 있었다. 날것과 연출된 상황을 잘 조율하려고 했다. 방송 예능에서는 다소 위험해서 할 수 없는 추격 씬 같은 것도 담겼다. 물론 안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도 장소 자체가 리얼하다 보니 나올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벽을 타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크리에이터 분들이 잘 즐겨주셨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된 메타버스 등을 활용, 새로운 세계관을 구성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 상상만 하던 세계를 화면 위에 펼쳐낼 수 있다면, 시청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스토리 라인을 구성할 때 반전을 줄 수 있는 분기점을 많이 만들어두려고 했다. 보는 이들이 결과를 같이 맞춰가는 그런 재미를 주려고 했다. 다음에는 기술적인 부분을 활용해 이런 부분을 더 강화해보고 싶기도 하다. 보는 이들이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가 세계관이 진행이 된다거나. 그렇게 되면 연출적인 부분이 강화돼야겠지만, 그런 기술 결합도 시도를 해보고 싶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다소 진지한 추리 예능으로 입봉을 하게 된 장 PD지만,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본격 코미디도 장 PD가 좋아하는 분야 중 하나였다. “아직은 저연차 PD”라고 자신을 설명한 장 PD는 경험을 쌓아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예전에 면접을 볼 때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한 가지만 오래 좋아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단점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지금은 기회이자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도 한 게 콘텐츠가 많아지다 보니 대중성 높은 작품은 나오기가 힘들다. 물론 여러 시청자들을 아우르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니아틱한 것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많은 장르들이 생기고 있고, 또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직은 특정 장르보다는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을 하면서 쌓아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