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최고 8% 돌파…높아진 금리에 주택 실수요만 ‘겨우’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2.11.17 05:29
수정 2022.11.17 05:29

10명 중 7명, 지난해 보다 대출 이자부담 ‘늘었다’

“금리 인상 기조 속 실거주 위주로 움직일 것”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8%를 돌파했다. 은행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데일리안

#. 서울에 거주 중인 A씨는 소위 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1년 전 아파트를 구입했다. 지난해 고점 매수를 하면서 그 사이 해당 아파트 시세는 이미 구입한 가격보다 1억 가까이 떨어졌고, 대출을 최대한 끌어 매수한 탓에 대출금 3억원에 대한 월 납입 이자는 170만원을 넘게 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 달에 고정으로 부담해야 할 지출 금액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A씨는 지금도 본인의 월급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라며 하소연했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처럼 산더미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앞으로도 대출금리가 계속 치솟을 것을 우려해 집을 급매로 팔아야 할지, 아니면 존버(‘존나 버티기’라는 비속어)해야 할지 묻는 글이었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8%를 돌파했다. 은행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은행채 1년물 기준 6.764~8.064%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 역시 최고금리 8%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최고 8%를 넘어선 은행 대출금리는 내년 상반기 9%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예정이어서 연말까지 은행의 추가 대출금리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과 경기 등 일부지역만 제외하고 전국 규제지역 해제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지만 시장이 되살아나기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에만 6차례 올라 3.0%를 유지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기조 속에 부동산 관련 대출이 있다면 가계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출규제 완화와 연이은 규제지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금리 부담이 큰 만큼 거래에 나서는 수요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대출은 거주 부동산 매입이나 전·월세 보증금 마련으로 실거주 목적이 많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당분간 거래시장은 투자 목적보다는 실거주 위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직방이 어플리케이션 이용자 948명을 대상으로 대출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보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7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매입 및 전세금, 임대료 마련을 위한 대출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41.4%가 대출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이 대출을 받은 가장 큰 목적은 ‘거주 부동산 매입’이 5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월세 보증금(37.5%) ▲투자 목적(6.6%) ▲기타(1.5%) 순으로, 그만큼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20년 이후 저금리 때 집값상승을 우려해 대출을 끌어 모아 집을 샀던 ‘영끌족’들의 이자부담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젊은 영끌족들이 얼마나 긴 기간 상당한 이자를 내면서 버틸지 우려된다”며 “내년부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주택일수록 투매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