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우여곡절’ 끝 손태승 제재 확정에도 이행 ‘미지수’
입력 2022.11.09 15:38
수정 2022.11.09 15:49
금융위, 라임펀드 사태 관련 문책경고 중징계
소송 가능성에 CEO 징계 타당성 논란…연임 ‘촉각’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다만 실제 제재 이행에 대해서는 안갯 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위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안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에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도록 하는 업무 일부정지 제재를 내렸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결정한 지 1년6개월여 만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정례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관련해 연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손 회장 제재안이) 그동안 너무 지체돼 있다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며 “지금 시장이 어렵지만 금융위가 해야될 것은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 전에 정리해야 할 것은 빨리 하나씩 정리하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인 중징계를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현직 임기까지는 마칠 수 있지만 임기 종료 후 3~5년간은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따라서 금융권에선 손 회장의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손 회장이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소송을 통해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것처럼 이번 금융위 징계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회사의 자본시장법 위반이 CEO의 징계로 이어지는 타당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앞서 손 회장은 금감원이 지난 2020년 1월 DLF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린 것과 관련해 금감원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1심에 이어 지난달 2심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등 지배구조법 위반으로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다.
법원 판결에 따라 금융위의 이번 안건소위원회서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손 회장 등의 제재안만 담겼고 내부통제와 관련된 내용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의 라임 사태 제재심을 두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긴급 성명서를 통해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 역시 모피아 출신 또는 친정권 정치권 인사들이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들려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적극적인 노정,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국가경제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 시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라임 사태는 지난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2019년 10월 이후 해당 펀드는 환매가 중단됐으며 피해 규모 금액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