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개미군단...힘받는 금투세 유예론
입력 2022.11.02 15:53
수정 2022.11.02 15:59
‘금투세 유예’ 국민청원 5만명 돌파...기재위 논의
개인 금투세 도입 반발 속 야당 “상위 1% 위한 법”
한투연 “외국인 주식양도세 세법부터 우선 개정”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두 달 앞둔 가운데 이를 유예해야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투세 도입 유예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최근 5만명 동의를 달성해 기회재정위원회 안건에 올랐다. 다만 야당이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달라는 청원이 최근 동의수 5만명을 돌파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회부됐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성립된다. 이 청원은 지난 12일 등록돼 일주일 만에 1만명이 동의했고 게시 종료일인 지난달 26일에 5만명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진행된 국민동의청원 53건 중 성립된 청원은 이를 포함에 3건에 불과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
이에 따라 해당 청원은 지난달 27일 금투세 관련 소관위원회인 국회 기재위에 정식으로 회부됐다. 상임위 차원에서 심사를 거쳐 정부 또는 국회에서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본회의에 부의돼 심의·의결 과정을 거친다.
금투세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전면 과세하는 것으로 주식양도세라고도 불린다.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 되며 과세표준 3억원 이하 22%, 3억원 초과 시 27.5% 세율이 적용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여야 합의로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금투세 도입을 결정했던 당시와 달리 증시 거래가 둔화됐고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7월엔 금투세 도입을 2년 미루겠다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경제가 너무 불안하고 주가 쪽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어 금투세를 최소 유예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유예에 대해 ‘부자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투세 유예 혹은 폐지는 상위 1% 미만의 부자들을 위한 결정으로 금투세를 도입하고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 기재위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5개 증권사에서 연평균 5000만원 초과 1억원 미만을 거둔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0.9%(6만7281명)였다. 수익 1억원을 초과한 투자자 역시 0.7%(5만6294명)에 그쳤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가 상위 1~2% ‘큰손’ 투자자의 투매를 자극해 국내 증시 위축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타이완의 경우 지난 1988년 10월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한 이후 한 달 동안 주가가 30% 넘게 추락했고 결국 시행 1년 만에 과세를 철회했다.
금융기관과 증권사들은 이미 금투세 관련 세무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사실상 내년 금투세 시행을 예상해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정치권의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개인들은 금투세가 외국계와 기관투자자 등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의 ‘독박 과세’라는 점에서도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개인 독박 과세인 금투세 시행은 시기상조로 주식시장 제반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린 뒤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 도입하면 대만과 같은 폭락을 피할 수 없어 시장이 붕괴된다는 게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미국보다 비싼 최고 27.5%를 낼 큰 손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민주당은 국민 증세를 밀어붙이지 말고 현재 종목 지분 25% 이상만 과세하는 외국인 주식양도세 세법을 우선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