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물어보니 64] "예전의 경찰 아니다, 검찰 길들이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
입력 2022.11.02 05:24
수정 2022.11.02 09:04
마약사범 체포한 경찰, 폭행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경찰 길들이기" 강력 반발
법조계 "검수완박 졸속으로 진행되며 검경 관계 정립 굉장히 어려워져"
"검경 갈등 대부분 결정권자들 사이의 알력 다툼…정례간담회 통해 오해 풀어야"
"대규모 마약 범죄에선 조직 이기주의 자제…검경이 서로 효율 낼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해야"
검찰이 마약사범을 체포한 경찰관을 피의자 폭행 혐의로 기소하자 경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그 어떤 상황 그 누구에게도 폭행은 안 된다며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경찰은 수사권 갈등에서 빚어진 경찰 길들이기라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및 수사권조정으로 인한 검경 갈등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면서도, 마약범죄처럼 특수한 사건은 검경이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나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위의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체포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이 고지 안 됐다면, 결과적으로 재판에 가더라도 다 무죄를 받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를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포하고 증거를 압수했다면 검사로서는 모두 불법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검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이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검찰 단계에서 (문제 요소를) 끊어줬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익명을 전제로 한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법 집행도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충분히 융통성을 발휘해 줄 여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의 검경 협력을 최우선 목표로 두었다면 경찰에 대한 배려를 좀 더 할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이런 갈등의 근저에는 지난 2021년 1월에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올해 9월부터 시행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검수완박이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관계 정립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예전 같은 경우에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일방통행에 가까웠기에 갈등이 있을 여지가 많이 적었다"며 "그러나 최근에 새로 임용된 검사들의 경우에는 예전 검찰 문화에 대해서 전혀 겪은 바가 없었기에 딱 그 권한대로만 행사하고 있다. 검찰 조직에 오래 계신 분들이 새로운 관계 정립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출신 변호사 역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갈등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검찰이 (위와 같은 사례처럼) 경찰을 길들이려고 하더라도, 쉽게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예전의 경찰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갈등을 막기 위해선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등 결정권자들의 정례간담회를 통해 오해의 여지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마약범죄처럼 특수한 사건은 검경이 조직이기주의를 벗어나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구승 변호사는 "문제가 되는 갈등들은 대부분 결정권자들 사이에 알력 다툼이라고 보면 된다. 상급 컨트롤자인 장관이나 대통령의 중재 하에 정례간담회 등을 통해 오해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검찰의 기본적인 설립 취지 자체가 경찰의 견제인 만큼 이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이어 "대규모 마약 범죄의 경우엔 경찰이 협조를 해야한다. 여기서 조직의 이기주의를 나타내서는 안 된다"며 "검찰도 조직의 설립 목적대로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하지 않으며 법망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