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토요일밤 10시 22분, 악몽은 시작됐다
입력 2022.10.30 08:40
수정 2022.10.30 10:34
'약 10명 깔려있다'는 최초 신고 이후 대규모 참사로
1시간 동안 호흡 곤란 환자 발생했다 신고 81건 접수
현장 목격자 "차례로 넘어져 사람들 5~6겹으로 쌓여"
시민들도 쓰러진 피해자들 팔다리 주무르는 등 지원
핼러윈을 앞두고 갖가지 '코스튬'을 차려입은 젊은이들로 한껏 들뜬 29일 이태원의 거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이 빽빽이 들어찼다.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오후 10시 22분께.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폭 4m 정도의 비좁은 경사로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2분여 뒤인 10시24분, 소방서에 울린 첫 신고 전화는 최악의 압사 참사를 알리는 신호였다. '이태원동에서 사람 10여 명이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119 신고가 불이 났다. 이후 약 1시간 동안 호흡 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81건 접수됐다.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대기중이던 소방당국은 즉각 현장에 출동하고 관내 구급차를 총동원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이태원에 몰린 구름 인파에 구급차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사고가 접수돼 출동하는 시간에도 사람들은 계속 넘어지는 중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20대 남성은 "밤 10시 30분부터 밀리기 시작해 10시 40분께엔 차례로 넘어져 사람들이 대여섯 겹으로 쌓였다"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아래에 깔린 사람부터 차례로 빼냈지만 최소 10분간은 그곳에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가 벌어지기 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때는 어느 정도 우측통행이 자율적으로 지켜졌다고 한다. 이후 사람이 불어나 좁은 길이 가득 차면서 옴짝달싹하지도 못하게 됐고 누군가 밀려 넘어지자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는 게 현장 목격자의 공통된 증언이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동하고, 10시 45분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재난의료지원팀 출동을 요청했다. 이어 오후 10시 53분 이태원역 인근 한강로에 임시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부상자를 받았다. 오후 11시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한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학교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을 총동원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11시 13분에 대응 2단계로, 이어 11시 50분에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는 동안 시민들도 나서서 쓰러진 피해자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꽉 끼는 옷을 헐겁게 풀어주거나 잘라주는 등 지원했다.
현재 현장에서는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구조를 지휘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도착해 수습 작업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네덜란드에서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