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한국의 종합적 국익에 부합되지 않아"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10.26 00:30
수정 2022.10.26 07:59

한국핵정책학회 10주년 세미나

"北과 같은 '불량국가' 되고

한미동맹 결속력에 '부정적 영향'"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기 개발 등 '한국 핵무장론'이 여론의 관심을 받는 가운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항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안보 이익 추구가 총체적 국익 실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설익은 담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신동익 전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는 전날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개최된 한국핵정책학회 10주년 세미나에서 "핵정책에 있어 정당성과 신뢰성을 꼭 지켜야 된다"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 based international order)는 국제법이나 약속을 지켜서 유지되는 것이다. 한국이 먼저 깨고 나간다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일부 전문가들이 '비확산 체제(NPT) 탈퇴 및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정도의 표현보다는 대한민국의 명성, 신뢰도가 완전히 제로로 간다고 볼 수 있다"며 "남북이 똑같은 '위반국'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KAIST) 핵비확산교육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임만성 교수는 "전세계의 수많은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핵정책을 배우길 원한다"며 "(북한) 핵무기 위협 앞에 놓여 있지만 핵무기는 만들지 않으면서 원자력 기술로는 손꼽히는 강국이라 흥미로운 나라로 보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우리의 레버리지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국익을 기초로 하는 미국 외교정책이 자유민주적 가치와 미래 불확실성 감소를 추구한다며 "미중 갈등 속에서 대한민국이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로 올라와 있다. 우리가 미국 외교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자유민주적 가치를 돕는 나라로서 부각되면 농축 재처리 기술 확보, 핵잠수함 개발, 원전 수출 등에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한국 핵무장, 즉 현상 변경 필요성을 설득하기보다 비확산 체제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미국 입장을 지지하며 다방면의 국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MB정부서 외교차관·靑 외안수석 지낸
천영우 "전술핵, 여기 공격하라 좌표
찍는 격…미국이 이해가 가겠느냐"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국내 핵담론이 "혹세무민, 핵에 대한 미신, 과대망상, 핵 포퓰리즘 등에 지배되고 있다"며 "핵무장이 대한민국의 종합적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술핵 재배치 구상과 관련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여기를 공격하라고 좌표를 가르쳐 주는 격"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북측) 원산 앞바다에서 잠수함으로 쏘는 게 훨씬 편하고, 북한이 (발사) 위치를 모르는 게 억지력도 강하다. 미국 군사 전략가들 입장에서 이해가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무엇보다 천 이사장은 "한미동맹의 해체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한미군 주둔지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우리 국민이) 좌우 없이 반대할 것이고. 반미 세력의 주한미군 철수 운동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무장 담론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30~40년 후 우리 능력 확보와 미국 내 지한파 육성은 준비해야 된다"며 "북핵과 중국의 위협도 있지만 주한미군과 관련해 여러 군 구조 측면에서의 감축 문제 때문에 우리가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친(親)트럼프 인사가 차기 백악관 주인이 될 경우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는 만큼,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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