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시설 낙인 '데이터센터' 못짓게 하더니…카카오는 억울하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2.10.21 06:00
수정 2022.10.21 06:00

카카오, 첫 자체 데이터센터 내년 완공

비슷한 시기 네이버는 제2데이터센터 준공

주민·환경단체, 전자파 우려에 건립 반대

정부·기업 “전자파 노출 우려 수준 아냐”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카카오가 네이버와 달리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않은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시스템 투자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전자파에 대한 우려로 주민들에게 님비(Not In My Back Yard) 시설로 여겨져 건립부터 쉽지 않다. 주민들 사이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혐오 정서가 확산돼 온 가운데 최근 데이터센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가 관련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2023년 첫 데이터센터 완공…“늦었다” 비판


카카오는 지난 19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양대 에리카 안산캠퍼스에 12만대 서버를 넣은 제1데이터센터를 내년 중 완공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시흥 캠퍼스에 짓는 제2데이터센터는 2024년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준공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 네트워크(통신장비) 등 정보통신(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곳에 모아 24시간 운영하는 시설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온라인 쇼핑몰, 배달 플랫폼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업에 필수적이다.


네이버가 카카오와 비교해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에 앞서고 있는 것이 알려지자 카카오를 향한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도에 자체 데이터센터 ‘춘천 각’을 처음 세웠다. 춘천 각은 약 9만대 서버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2데이터센터인 ‘세종 각’은 올해 12월 완공 예정이다.


이처럼 발빠른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건립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공이 컸다. 이 GIO는 건립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데도 고객 데이터 보호를 위한 데이터센터 필요성에 크게 공감했다고 전해진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GIO는 지난 6월 20일 각 세종 상량식에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춘천 각에 땅값을 제외하고 4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네이버 영업이익이 5189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간 벌어들인 돈을 데이터 건설에 사용한 셈이다. 10만대 이상 서버를 갖출 세종 각의 총 투자액은 6500억원으로 춘천 각보다 더 많다.


데이터센터 세우기 쉽지 않아…전자파 우려에 주민 반대 직면


하지만 세종 각 착공까지의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2017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제2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전자파 우려에 따른 반발로 무산돼 세종시로 장소를 옮겨 짓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향한 혐오 정서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용인시청 잔디광장엔 주민 수백여명이 모여 내년 12월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완공 예정인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데이터센터로 들어가는 초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착공이 예정된 시흥시 배곧신도시에서도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와 학계는 데이터센터에서 노출되는 전자파 위험이 낮다고 주장한다. 네이버는 2018년 민간 미래전파공학연구소에 의뢰해 춘천 각 주변 15곳을 측정한 결과 평균 0.16mG(밀리가우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인 833mG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일반 가정집 평균 전자파 측정치인 0.6mG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전파진흥협회는 지난 8월 “죽전 데이터센터 지중송전선로 설치 예정 지역 4개 지점(지중송전선로가 매설되지 않은 상태)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지중송전선로의 유무가 전자파 강도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용역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센터에서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미칠 만큼 많이 나오면 정부에서 시설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데이터센터는 굉장히 중요한 시설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됐던 용인시는) 이러한 기회를 걷어 찬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환경단체는 현재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이 느슨하다고 지적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인 833mG는 장기적인 전자파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이 아니라 단기적인 피부 자극 등을 고려한 기준”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한 농도는 2~4mG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이야기하는 833mG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과 데이터센터 건립 주체는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에서도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고 주장하는데 이와 다른 문제”라며 “전자제품에서 전자파가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나 조금만 거리가 떨어져도 급속도로 줄어든다. 또 제품은 본인 필요에 의해 구입해 사용하는 거지만 데이터센터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